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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산과 기암괴석…명상의 중심지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세도나(Sedona)

뉴멕시코주 사막지대를 벗어나 애리조나주에 도착하면 마주하는 풍경이 사뭇 다르다. 붉은 땅과 높은 산이 눈에 들어온다. 애리조나주에 있는 목화석 국립공원을 들러 나오는 길에 LA에서 활동하는 공연시스템 전문가 후배가 세도나에서 가족 캠핑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반가운 후배를 만나기 위해 유타로 향하던 기수를 서쪽으로 틀어 세도나의 오크 크릭 국유림 캠프장으로 향했다. 사실 뉴에이지 운동의 메카라는 세도나는 나의 여행장소에는 들어 있지 않은 곳이었다.

대학 1학년 때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경춘선 일영역을 빠져나와 친구들이 기다리는 약속된 장소로 산행을 시작했다. 랜턴을 들었지만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다. 한참을 올라가면 흥국사가 나오고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약속 장소가 나온다.



흥국사를 얼마 지나자 불빛이 보이고 조그만 암자 같은 것이 보였다. 어둠 속에 만나는 불빛은 안도감을 준다. 잠시 후 헛간 같은 곳을 지나는데 소복을 입은 사람이 바람을 일으키며 앞을 스쳐간다. 눈을 마주쳤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온 얼굴이 혹투성이었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뛰려 했지만 발걸음이 얼어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간신히 친구들을 만났지만 두려움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적이 있다.

왠지 등선봉의 악몽이 세도나에 오버랩된다. 한국의 명산에는 무속인과 불치병 환자들이 모여든다. 기가 세다는 영험한 장소가 전국 곳곳에 있고 계룡산과 인왕산이 유명하다.

특히 인왕산은 풍수지리가 좋기 때문에 선바위에서 기원을 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다. 무속인들과 사이비 종교단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금도 인왕산 국사당과 선바위 주위에는 무속의 신당이 많고 연일 꽹과리 소리와 함께 강신굿 치병굿 재수굿이 벌어진다고 한다.

세도나 사람들은 '신은 그랜드 캐년을 만들었지만 신이 살고 있는 곳은 세도나' 라고 장황하게 선전한다. 세도나는 불교의 사상과 명상법을 차용한 뉴에이지 운동의 중심지라 부르는데 뉴에이지 운동은 부나 명예와 같은 물질적, 외적 성취에 벗어나 내적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세도나는 애리조나주 중심에 위치하는데 사방을 둘러싼 붉은 산과 기암 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전자기파인 볼텍스가 흐르는 신비의 땅이라고 한다.

사진가들이 멋지게 찍어 과도하게 표현된 벨락, 홀리 크로스 채플, 성당바위, 커피포트락, 에어포트락, 한마당바위 등 붉은 바위를 둘러보고 기를 받으려 한 해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다. 일반 관광객 외에도 화가, 사진가 등 각종 예술가와 심리학자, 철학자, 종교인들이 모여든다.

기수련 단체들도 진출해 있다. 그러나 땅의 기운이 센 세도나는 뉴에이지 운동을 표방하는 기수련원과 여타 종교단체가 많아 과하게 세속화된 곳이기도 하다.

세도나 주변은 영생하려는 듯 부자들의 고급 주택들이 즐비하고 그 사이를 방향을 잃은듯한 관광객 무리들이 배회한다. 길거리는 여타의 관광지처럼 레저관련 업소들과 술집, 음식점, 예술품을 가장한 싸구려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에어포트락 트레일을 몇 시간 걸었다. 내가 둔한 탓인지 기를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더위로 기진맥진했다. 인파와 더위로 휴가철은 피하는 것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세도나는 아름답다. 하지만 모뉴먼트 밸리, 캐년랜드, 브라이스 캐년, 그랜드 캐년에 비교하면 그리 큰 감동은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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