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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북유럽을 동경하는 한국인들

이원영 / 논설실장
이원영 / 논설실장  

[LA중앙일보] 발행 2017/10/11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7/10/10 23:29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부산)에 계신 아버지께 안부 전화를 올렸다. 어떠시냐고 인사치레를 하자 불쑥 나라 얘기를 꺼내신다. "아이구, 요새 나라가 말이 아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야.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난리고, 서민들은 먹고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고, 전쟁이 나니 안나니 하고, 뭐가 편안한 구석이 없어."

툭 하고 던진 아버지의 짧은 말씀이 지금 한국살이를 그대로 압축한 표현으로 들려 마음이 묵직했다. 물론 긴 추석 연휴를 맞아 엄청난 인파가 해외여행을 즐기고 서울은 여전히 흥청거리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서민들, 젊은이들에게 한국땅은 여전히 생존을 다투어야 할 무대요, 떠나고 싶은 '헬조선'이다.

한 치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무한 경쟁, 물질로 획일화 되어가는 단일가치 사회, 행복이 무엇인지 근원적 질문을 할 여유도 없이 속도경쟁 속으로 사람을 밀어붙이는 가혹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숨을 쉬고 있을까. 아직도 학교에 다니는 자식들을 키우며 경쟁 스트레스로 꽉 찬 한국사회를 버텨가고 있는 동생들을 생각하면 내가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요즘 한국에서 일종의 문화현상이 되고 있는 '휘게 라이프'는 아버지의 말씀대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휘게(Hygge) 는 '좋은 사람과 보내는 아늑하고 즐거운 시간'을 뜻하는 덴마크 말. 삶의 레이스에 지친 한국의 현대인들은 휘게로 대표되는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은 10여년 전부터 소개되었으나 한때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갈수록 공감을 얻으면서 이제는 하나의 삶의 대안모델로서 인식되고 있다. 한국식 무한경쟁 사회 시스템에 대한 반작용인 셈이다.

매년 국민행복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고, 경험하고, 지식을 나누는 온오프 모임도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북유럽 '덕후'(마니아의 속칭)들은 한국과 미국 같은 신자유주의 경쟁사회에서 사는 사람들과 북유럽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의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간파한다. 이들은 촛불을 켜놓고 가족들과 아늑하고 정다운 저녁식사를 즐기는 가족중심의 문화, 소박하고 건강한 식단, 환경 중시, 신뢰받는 국가, 소득의 형평성 등 우리가 갖지 못한 것들이 행복의 원천임을 깨닫는다. 그 반대의 모습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라면 사람들은 참 행복을 느끼지도 못한 채 생존에만 허덕이다가 소중한 삶을 탕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도 보인다.

덴마크 국민의 행복의 원천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에 현지를 수차례 방문하고 수백명을 인터뷰한 기록서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쓴 오연호 기자는 덴마크인의 사회 관습법인 '얀테의 법칙'을 소개한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착각하지 말라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 말라 등의 내용인데 국민 정서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행복한 사회가 행복한 개인의 원천'이라고 결론짓는다. 그 행복의 원천을 6개 키워드로 압축했다. 자유(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 안정(사회가 나를 보호해준다), 평등(남이 부럽지 않다), 신뢰(50% 세금이 아깝지 않다), 이웃(의지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다), 환경(직장인 35%가 자전거 출퇴근)이 그것이다. 물질 중심의 미국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는 미주한인들의 삶, 우리도 그들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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