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독자 마당] 너무 예쁜 너

엄영아·수필가

하얗고 갸름한 네가 예쁘다. 통통한 너도 예쁘다. 못생긴 너도 예쁘다. 모두 예쁘다. 근데 예쁜 너에게 내가 왜 이러니? 너를 왜 칼로 다스리느냐고.

하얀 몸이 단단하다. 빛깔이 깨끗하다. 너무 예뻐 그냥 둘 수가 없다. 목욕을 시키고 도마 위에 눕힌다. 바둑 알 만 한 크기로 자른다. 아프다고 소리쳐도 소용없다. 너를 내려다본다. 온몸에 소금을 뿌린다. 빨간 고춧가루도 눈가루 폭풍처럼 뿌린다. 쓰리고 맵고 아프다. 짜디짠 새우젓, 매운 마늘, 씁쓸한 생강 파, 설탕도 뿌린다. 아! 고통이다. 숨이 죽었다. 너는 깍두기.

반으로 자른다. 그것도 부족하여 소금을 온 몸에 뿌린다. 너는 눈이 아프고 몸이 가려워 죽을 둥, 살 둥. 미안하다. 그래도 너를 너무 좋아하거든. 병에 넣고 눌러 담는다. 소금물을 들이붓는다. 염전에 빠져 고통 한다. 찌그러지다 못해 색깔이 누렇게 변한다. 한 달 뒤에 만나자. 너는 짠지 무,

칼로 납작 납작 썬다. 소금을 살살 뿌린다. 홀로 외로울 것 같아 배추 친구 불러들인다. 입도 벙긋 못하게 절인다. 배 미나리 실파 마늘 생강 빨간 고추 얇게 저며 동무 시킨다. 저린 후 간간한 소금물을 들이붓는다. 미안하다. 너는 나박김치



하얗고 깨끗하고 갸름하고 동글하고 뚱뚱하고 보름달 같은 너 목욕부터 시킨다. 도마 위로 올린다. 굵게 채를 친다. 많이 아프겠다. 며칠을 햇볕아래서 울고 또 운다. 일광욕으로 쪼그라든다. 이젠 아주 몸이 꼬인다. 몸 색깔도 누렇게 변했다. 너는 무말랭이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