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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실 20가지

이병헌 주연의 '남한산성(CJ E&M)'이 미국에서도 흥행을 일으키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제작과 관련된 뒷 이야기 20개를 소개한다.

(1)'남한산성' 촬영은 2016년 11월부터 추운 겨울을 관통하며 5개월간 진행됐다.

(2) 이병헌은 초반에 황동혁 감독의 빨리, 경제적으로 찍는 방식에 매우 놀랐다. 다른 감독들이 불안해서 모든 앵글로 돌려 찍고 편집할 거리를 쌓아놓지만, 황 감독은 첫 테이크라도 원하는 감정이 나오면 'OK 사인'을 줬기 때문이다.

(3) 황 감독은USC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하면서 계획한 촬영 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습관이 생겼다. 사전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쓸데없는 여분의 장면은 찍지 않으며 콘티대로 촬영한다. 학교에서 실제 할리우드 프로들이 찍는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유학생이던 황 감독은 동료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강박적으로 촬영의 모든 것을 꿰는 연습을 했다고.



(4) 황 감독, 김지용 촬영감독, 채경선 미술감독은 '도가니'부터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까지 함께 했다. 황 감독은 김지용 촬영감독에게 "내 영화 인생 10년을 걸고 만드는 작품이니, 당신도 그런 마음으로 임해줬으면 좋겠다. 20~30년 후에 보아도 부끄럽지 않은 클래식을 찍어 보자"고 말했다.

(5) '남한산성'은 조선 산하의 풍경을 수묵화처럼 담았다. 전체적으로 채도를 많이 빼 바랜 느낌을 줬다. 농담으로 표현되는 검은색과 설경의 흰색에 집중했다. 유일하게 빛나는 색은 천황제의 황색 깃발, 조선 임금의 붉은 용포, 병사들이 흘리는 피, 사공이 흘리는 피로 한정했다.

(6) 1636년 겨울, 남한산성의 추위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눈·얼음·입김을 공들여 찍었다. 가짜 고드름을 일일이 처마 밑에 붙였고, 입김을 살리기 위해 야외세트에서 문을 열어놓고 찍었다. 추위를 색감으로 구현하려고 색보정에도 신경썼다. 병사들의 얼굴, 손등에 자잘한 동상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7) 인조 앞에서 대신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외행전은 강원도 평창에 지은 오픈 세트에서 찍었다.

(8) 김상헌이 송파강을 가로질러 남한산성으로 향하는 장면은 강원도 인제에 얼음 두께가 30㎝에 이르는 실제 강에서 촬영했다.

(9) 날쇠가 빙벽을 오르는 장면은 경기도 양주 가래비 빙벽장에서 찍었다. 고수는 3박 4일간 이 장면을 찍으면서 촬영의 고단함을 악으로 버텼다.

(10) 청의 군막 형태와 동일한 몽골의 게르(Ger)를 직접 공수해 청의 진지를 만들었다.

(11) 남한산성 성첩(성벽 위에 낮게 쌓아 총알과 화살을 막는 담)은 강원도 평창에 세트를 지었다. 수차례 남한산성 답사를 통해 실제 사이즈를 그대로 구현했다.

(12) 마지막 성첩 전투에서 황 감독은 좀비영화 '월드워Z'(2013, 마크 포스터 감독)를 떠올렸다. 아무리 죽여도 꾸역꾸역 성안으로 들어오는 좀비 같은 청군의 모습에서 섬뜩함을 주고 싶었다.

(13) 황 감독은 준비 과정에서 '마지막 황제'(1987,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를 보며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감독과 작업하고 싶어졌다. 코스모폴리탄인 사카모토 감독의 새로운 해석이 영화에 다른 색깔을 하나 더 입혀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14) 황 감독은 뉴욕에 있는 사카모토 음악감독과 주로 이메일로 소통했다. 두 사람은 감성의 격차를 줄이는데 긴 시간을 썼다. 이 작품에 대한 슬픔의 정서가 달랐는데 사카모토 감독이 훨씬 건조했던 것. 사카모토 감독은 한차례 한국에 왔고 4일간 머무르며 황 감독과 의견을 조율했다. 황 감독은 "서로 공감할 수준에서 다른 음악이 나와 무척 만족한다. 내가 10년간 해 온 틀을 깨는 작업이었다"고.

(15) 마지막 전투 장면에 사카모토 감독은 굉장히 단순한 멜로디를 5분 이상 반복하며 장면 전체를 관통한다. 황 감독은 이 음악을 듣고 사카모토 감독이 정말 천재라고 생각했다.

(16) 나루는 영화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순수의 상징이다. 전쟁의 피해자지만 이 아이가 살아남아 결국 한반도의 역사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나루의 얼굴과 연기는 때묻지 않은 느낌이어야 했다. 장기간의 오디션 끝에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2010년생 조아인이 낙점됐다.

(17) 나루가 김상헌과 떡국을 나눠 먹는 장면은 원작에 없다. 두 사람은 원작보다 영화에서 더 깊이 교감한다. 떡국 장면을 통해 두 사람의 해빙 모드가 만들어진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숨구멍 같은 장면."(황 감독)

(18)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인조 앞에서 벌이는 최명길과 김상헌의 마지막 설전은 의외로 순조롭게 찍었다. 모든 배우들이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했기에, 긴 대사를 철저히 준비해왔다. 이병헌은 그 장면을 끝내고 "초등학생이 방학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19) 이병헌은 최명길이 인조를 설득하는 마지막 대사를 조금 더 직접적으로 바꾸자고 건의했다. 다소 은유적인 대사를 '백성의 삶'과 연결지어 호소하고 싶었다. 황 감독은 이에 동의해 대사를 수정했는데 바로 이 부분이다. '무엇이 임금입니까. 오랑캐의 발밑을 기어서라도 제 나라 백성을 살릴 수 있는 자만이 진정 신하와 백성이 마음으로 따를 수 있는 임금이옵니다.'

(20) 날쇠의 스토리는 원작과 일부 다르다. 원작에선 격서를 근왕병에게 잘 전달하고 돌아오는데, 영화에서는 격서를 전달했다가 전투를 회피하려는 근왕병에게 배신을 당한다. 황 감독은 병자호란 당시 임진강 이북에서 청군을 저지해야 할 책임을 맡고도 방관했던 김자점(1588~1651)의 실제 일화를 녹였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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