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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개성은 건설할 수 없다”

'해체·파괴·신축 아닌 보전·재생' 새 화두
메트로 애틀랜타 재개발 서밋에 쏠린 눈길
수십년 버려진 폐공장 시대성 살려 상품화


한국에서 ‘재개발’ 이란 단어는 가난했던 과거를 흔적없이 지워버리고 싶은 국민적 열망과 결부돼 있다면,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애틀랜타 도심의 재개발 패러다임은 오히려 과거를 향하고 있다. 해체와 파괴, 신축이 아니라, 보전과 재생이 최대 화두이다.

지난 13일 귀넷상공회의소가 주최한 ‘메트로 애틀랜타 재개발 서밋’에서는 ‘크로그 스트리트 마켓’의 개발사인 페이시스 프로퍼티즈의 데이빗 코크란 대표가 수십년동안 버려진 폐공장을 전국에서 손꼽히는 푸드 홀로 개발해낸 과정을 설명했다.

코크란 대표가 수십년간 방치돼있던 폐공장 부지를 구입할 당시, 그는 건물을 헐어내고 빈 땅에 아파트를 신축할 계획이었다. 애틀랜타에서 나고 자란 그였지만, “평생 이 지역에 갈 일은 드물었다. 낙후지역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유명 요리사) 케빈 래스번의 근처에 식당에 몇번 갔을 뿐, 이 건물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지역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코크란 대표는 “한 주민이 다가와 이 건물을 정말로 살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사실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주민들의 말대로 15만달러를 투자해 건물 내부를 정리하고 약간의 조명을 설치했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그 막대한 공간과 에너지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고 코크란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이 건물은 1889년 세워진 ‘애틀랜타 스톤 워크스’라 공장이었다. 이 회사는 당시 언론에서 “현대식 주방의 혁명적 발명품”이라고 불리던 무쇠 스토브를 제작했다. 한때 5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했을만큼 번성했지만, 시대 변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1979년에 문을 닫았다. 코크란 대표가 인수할 당시에는 주변에 철조망이 둘러져 있었을만큼 방치된 상태였다.

고급 푸드 홀을 구상하기 시작한 코크란 대표는 제임스비어드 상을 수상한 요리사 톰 프라이에게 건물을 보여주고 그의 구상을 설명했다. 프라이는 “이대로 개발한다면 꼭 들어오겠다. 하지만 새로운 건물을 짓는다면 나는 아웃”이라고 말했고, 코크란 대표는 그 자리에서 결단을 내렸다.

프라이와 같은 유명 요리사가 400스퀘어피트(sqft) 공간에 식당 카운터를 시작한다는 소문은 애틀랜타 요식업계에 삽시간에 퍼졌고, 입점 문의가 줄이었다.

현재 크로그스트리트 마켓은 벨트라인을 따라 1마일 떨어진 폰스시티마켓과 더불어 애틀랜타의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코크란 대표는 원래 계획을 철회하고 건물의 시대성을 살려 상품화한 이유에 대해 “역사와 시간에서 나오는 개성과 에너지는 건설할 수가 없다”고 한마디로 설명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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