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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소방 능력 한계 넘은 대형 산불

이번엔 유럽이다. 영국은 허리케인 오필리아가 30년 만에 최대의 폭풍이 될까 긴장하고 있다. 오필리아는 아일랜드에 아직 본격적으로 상륙하지도 않았는데 최대 시속 118마일의 강풍이 몰아쳐 3명이 사망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거대한 산불로 16일 현재 30명 이상이 사망했다. 두 나라를 합해 630여 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의 자연재해는 최근의 미국을 연상시킨다. 텍사스·마이애미주를 덮친 허리케인과 가주에 발생한 산불과 흡사하다. 비슷한 자연 현상을 보면 원인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가뭄이나 홍수, 큰불 같은 극단적인 자연 현상을 인간의 잘못을 벌하려는 어떤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인간의 잘못으로 자연이 난폭해졌다는 사고 틀의 최신 버전은 이상기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상기후는 과학적 분석을 거쳤다는 점이다.

가주의 산불만 해도 원인은 모두 알려진 것이다. 발화가 자연 발생이냐 방화냐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을 뿐이다. 유럽도 그렇지만 가주 산불도 주요 원인은 고온·건조한 날씨, 바람 세 가지다. 여름철 더운 날씨로 땅과 식물이 바싹 마른 뒤 발생한 불은 가을 들어 부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히 번진다. 오랫동안 반복된 가을 산불의 패턴이다.



문제는 여기에 이상기후가 추가됐을 때다. 올여름의 땡볕을 기억한다면 땅과 식물이 예년보다 더 말랐고 불이 더 잘 번졌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연결할 수 있다. 이상기후 때문에 '더 더운' 차이는 작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작은 차이는 산불이 났을 때 매우 큰 차이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런데 이상기후의 이런 위험성은 이미 많은 사람이 예고했다.

이번 가주 산불에서 피해가 유독 컸던 원인으로는 산림 지역의 건축물 증가도 꼽혔다. 전문가들은 몇 년 전부터 자연의 몫으로 남아있는 산림 지역에 건물을 짓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산불 발생 시 피해 증가를 경고했다. 이런 건물은 소방 당국이 산불 저지선을 긋기 어렵게 만들었다. 산림과 주택가를 구분하고 완충 역할을 하는 중간 지역에 방어선을 치는 것이 어려워졌다. 완충 지역, 나아가 산림 속에 건물이 늘면서 어디를 지켜야 할지 혼란스럽게 된 것이다.

이상기온과 산림 지역 건축물 증가 요인이 더해지면서 피해는 파괴적으로 증가했다.

사망자 40명, 건물 5700채 전소, 22만 에이커 소실은 가주의 방재 시스템이 이대로 효율적일까 의문을 갖기 충분하다. 재해의 규모가 기존 시스템의 역량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섞인 불안감이 든다.

가주 내 소방국은 지금까지 산불을 잘 막았다. 시민들은 주택 몇 채는 모르지만 주택가로 산불이 번지는 것은 소방국이 잘 막을 것으로 믿었고 소방국은 이 믿음을 지켜줬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전소된 건물 5700채 가운데 3000채는 샌타로사의 주택이었고 이는 샌타로사 전체 주택의 5%에 해당한다. "산불은 소방관보다 빨리 달렸"고 산림과 주택가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처음부터 싸움의 양상은 이전과 전혀 달랐다. 워싱턴주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까지 9개 주의 지원팀을 포함해 소방관 1만1000명이 최대 80시간 연속 산불과 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산불의 파괴력이 방재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섰다면 어찌할 것인가. 방재 능력을 무한정 키울 수도 없다. 전문가들이 경고한 산불의 대형화 요소를 어느 정도는 줄여야 하지만 이도 쉽지 않다. 이번 산불은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산불에 대처해야 하느냐는 더 고통스러운 질문이 남아있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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