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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이발소의 자화상

깜박했나, 눈매 풀어진 영감 하나가 멍하니 쳐다본다. 앞치마를 둘러쓴 모습이 눈에 설다. "어떻게 깎아드릴까요." "한 10년만 젊어 보였으면 하는데." 오고 가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깜박했나 보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영감이 웬일로 여기까지 따라왔나 했다. 팬 주름과 검버섯마다 세월이 차곡차곡 둥지를 틀어 떠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진작에 막아주었어야 했는데.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 하루에 80개씩 빠지고 또 새로 난다더니 빠지기만 하고 새로 나기에는 게으름을 피우나 보다. 하긴 주변머리 없어 세상살이에 뒤지고 소갈머리 없어 주머니에 찬바람 불어대니 머리카락인들 자리 지키기 쉽겠는가.

우리는 우격다짐으로 우리를 다스렸다. 우리는 서러워할 틈도 없이 살아야 했다. 새처럼 날아서 먹이를 찾아야 했다. 쌀밥, 보리밥을 따질 틈 없이 밥그릇을 챙겨야 했다. 내어놓고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닐지라도 먼저 일해야 찬밥이라도 얻을 수 있었다. 정치, 사상, 종교, 문화는 강 건너에 있고 병이니 능력이니 성격이니 관계니 따위는 덮어두고 궂은일 다했다. 할 일이 마땅치 않다는 요즈음 젊은이들의 투정에는 굶어보는 것이 약이 아닐까.



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자리를 찾아가는 발걸음이 희망이요 무엇이든 할 일을 찾아보는 것 또한 희망이겠다. 마음이 편해지려 믿는 일도 희망이요 그 희망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손에 무언가 잡고 움직여야 건강하고 즐거운 오늘이 되리라 믿으며 이발소 밖으로 나선다.

지상문·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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