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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석유처럼, 21세기엔 데이터가 국가 흥망 좌우

오라클 '오픈월드 2017' 현장

매년 가을 열리는 세계적 IT 행사
닷새간 2500개 세션 7만여 명 찾아
73세 엘리슨 거침없는 80분 연설
"신에너지와도 같은 중요한 자원
AI에 관리 맡겨야 해킹 등에 안전"
빅데이터 산업 글로벌 경쟁 가열
중국·일본 국가 차원서 지원 나서
한국은 규제 많아 기업 4%만 활용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입니다. '신 에너지'와도 같은 데이터를 인간이 일일이 간섭하고 관리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데이터도 자율주행에 맡겨야 합니다."

지난 1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전 세계 기업, 정보기술(IT) 전문가, 언론 등 관계자 1만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래리 엘리슨(73) 오라클 회장은 무대에 선 80여 분 내내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IBM 등과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전통 IT 기업인 오라클은 매년 가을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술자 콘퍼런스 '오픈월드'를 개최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오라클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서 25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



엘리슨의 기조 연설로 포문을 연 오픈월드 2017에 참가하기 위해 총 7만여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5일까지 닷새간 열린 각종 행사와 세션은 2500개가 넘는다. 1986년 500명의 참가자가 전부였던 오픈월드는 30년 만에 어느덧 세계적인 규모의 연례 IT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오라클을 비롯해 전 세계 IT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이 자리에서 소프트웨어의 경향과 신기술들을 대거 선보인다.

77년 오라클의 전신인 시스템개발연구소(SDL)를 설립한 엘리슨은 2014년까지 35년간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자산 522억 달러의 세계 부자 순위 7위에 오르기도 한 그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성공한 유대인 사업가다.

현재 오라클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엘리슨은 오픈월드 때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연단에 올라 자사 기술을 자랑하고 경쟁 기업을 비난한다. 그는 올해 오픈월드에서도 1일과 3일 두 차례 기조연설을 했다. 평소에 즐겨 입는 구깃구깃한 라코스테 피케 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선 엘리슨은 73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끈하고 힘이 넘쳤다.

이날 엘리슨은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을 처음 공개했다. 12월 출시 예정인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AI) 기술의 핵심인 머신러닝 기능을 데이터베이스 관리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DBMS는 마치 인간 직원처럼 데이터베이스를 능동적으로 관리한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학습하고 비정상적인 데이터를 스스로 감별해 내는 능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으면 알아서 데이터를 수정(튜닝)하고 정보 수집을 추가로 하겠다는 요청(쿼리)을 보내는 식이다. 직원의 관리나 개입이 필요로 하지 않는 이 시스템은 99.99%의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오라클은 설명한다.

엘리슨은 "이 같은 자율기술이 꼭 필요한 분야가 사이버 보안"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미국 국민 2명 중 1명은 사이버 위협에 노출돼 있거나 신용카드의 개인정보가 털렸다"며 "비정상적인 데이터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즉각 해결해야 해킹과 사이버 공격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엘리슨이 자신의 회사 '오라클'만큼이나 자주 언급한 단어가 최대 경쟁사인 '아마존'이다. 엘리슨은 "우리는 아마존보다 훨씬 뛰어난 품질의 기술과 서비스를 절반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점유율 1위(41%)인 아마존이 시장을 조금씩 확장하며 오라클이 자신 있어 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장까지 적극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와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빅데이터 시대에 더욱 방대해지고 다양해지는 데이터를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선 가상공간인 클라우드를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이제 데이터베이스 관리는 물론 블록체인.인공지능 등을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 아마존을 비롯해 오라클.HP.델.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선점하고 운용하는 것이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과제여서다. 또 빅데이터에서 함의를 도출하고 더 고급 정보를 뽑아내는 정제 기술이 오늘날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가장 뛰어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뛰어드는 것은 비단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2014년 구이저우성 구이안 신구를 빅데이터 종합시범특구로 선정했다. 2015년에는 빅데이터 산업을 국가 경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지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전 세계 데이터 시장을 선도하는 빅데이터 전문 기업 10곳을 키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각각 2015, 2016년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선의 정보들은 가급적 모두가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조치를 취했다. 데이터를 확보한 국가.기업과 그러지 못한 이들 사이에서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우려감과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데이터에 대한 인식과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일부 대기업과 금융기업이 전략적인 사업의 일환으로 데이터를 고도로 활용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정도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2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기업 중 4.3%만이 빅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와 관련한 인프라 구축도 국내에서는 유독 미진한 상태다. 맥킨지앤드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데이터 관련 규제는 미국.유럽은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높은 수준에 속한다. 데이터에 접근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에 제약이 뒤따르게 된다. 아산나눔재단은 7월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제언' 보고서를 펴내면서 "자본력이 강한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아닌 이상 데이터를 활용하고 이를 통한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대부분 차단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대한 데이터가 국경을 넘나들면서 '데이터 주권'도 갈수록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외로 나가는 정보는 곧 기술.정보 유출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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