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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방패연 추억

한겨울을 온통 연날리기로 보낸 적이 있다. 방패연을 만들어 띄워보기 백 번도 넘었겠다. 만들다가 대나무에 손을 베이고 연이 땅에 주저앉아 실망하기를 얼마나 했던가.

실을 얼레에 맵시 있게 감은 다음 새로 만든 태극 문양의 방패연을 들고 밖으로 나가 힘껏 하늘로 올린다. 줄을 힘차게 잡아당기면 하늘로 치솟는다.

연이 재주를 피운다. 위로 치솟다가 아래로 곤두박질도 하고 뱅뱅 돌다가 쏜살같이 옆으로 달리기도 한다. 바람이 느슨해지면 천천히 더 높이 하늘로 오른다. 오늘 저 연보다 높은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구경 많이 하라고, 산 너머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알아볼 수 있고 바다 멀리 고기잡이배도 찾아낼 수도 있으리라고, 희망과 자부심과 꿈을 실은 방패연이 하늘을 떠다니니 큰 성공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연줄이 끊어졌다. 아니 풀려나갔다. 느슨하게 매였었나 보다. 연줄이 멀어지면서 방패연이 맥없이 너풀거리며 땅으로 떨어진다. 뛰었다. 신설동 경마장쯤에 떨어지리라 믿고 뛴 것 같다.

그렇게 달리다 하늘을 보니 연이 그대로 하늘에 떠 있다. 다시 쳐다보아도 내 연이다. 연을 날리던 텅 빈 밭까지 와보고서야 알았다. 연줄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것을. 지나는 어느 어른이 나무에 걸린 연줄을 잡아 내려주었던 것 같다.

에디슨보다 더 많이 연구해 만든 방패연이 다시 품으로 돌아왔다. 다친 데 없나 살피며 풀칠도 더 해주고 어서 내일이 되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든다.

지상문·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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