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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로그인] 다저스 팬으로 하나되는 즐거운 상상

한국 프로야구 원년, 나는 오비 베어스의 열혈팬이었다. 오비 베어스를 통해 야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말해 야구를 즐기는 법을 배웠다. 베어스의 감독 코치 선수들의 프로필과 전적을 줄줄 외고 오늘 경기의 라인업을 예측하고, 투수 교체나 대타 등판 시점을 점치고 9회말 투아웃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경험하면서 야구라는 스포츠의 각별한 매력을 발견했다. 더불어 사람들의 마음을 자발적으로 한데 뭉치게 하는 야구의 초능력도 알게 됐다.

전국 각 지역의 도시 연고로 결성된 야구팀들은 지역민의 거의 맹목적인 팬덤을 기반으로 한다. 베어스는 초창기 대전과 서울 두 곳에 연고를 두고 있었는데, 중심도시 개념이 강한 서울은 연고지로서의 끈끈한 결속이 덜한 반면 다른 지역은 달랐다.

몸은 서울에 살지만 마음과 정신은 타이거즈나 라이온즈나 여하튼 고향팀에 단단히 묶여 결사 응원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흔했다. 같은 지역 같은 야구팀을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하나로 뭉쳤다.

미국에 와서도 한인들의 모임에 한국 프로야구 얘기가 나오면 죄다 연고팀이 달라 은근한 실력 자랑이 이어지곤 했다. 고향팀을 중심으로 나뉜 팬심은 한국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의 금긋기로 연결되기 십상이었다. 응원하는 야구팀을 강변하다가 지역색이 강조되고 정치적 입장이 구분되며 어색하고 머쓱해져 얼굴 붉히는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첫 정이 무서운 거라 이민 초기에는 미국 프로야구에 별반 정을 못 붙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뉴스를 볼 때마다 어느새 LA주민답게 다저스를 응원하고 있는 나를 깨달았다. LA한인들 모임에서는 다저스의 성적이나 류현진 선수의 근황이 자주 화제에 오른다. 거기서는 모두 한마음이다. 예외없이 다저스의 팬이고 다저스의 팬이라는 사실이 편가르기의 빌미가 되지 않으며 반목하거나 질시할 이유는커녕 신나는 공통의 화젯거리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저마다 연고팀의 힘겨루기에 눈꼬리를 세우고 부딪쳤던 사람들이 LA에서 일심동체 다저스 팬으로 한데 뭉치는 LA 한인 커뮤니티의 '즐거운 기적' 은 반갑다. 개개인의 정치적 관점이 세분화돼 도무지 공통 분모를 찾기가 힘들어지는 요즘, 태극기를 향하는 시선조차 우리 모두 한마음이라고 자신할 수 없게 된 아픈 현실 속에, 한데 뭉쳐 같은 기대와 즐거움을 나눌 이유가 되어주는 다저스의 존재가 올해 유난히 고맙게 느껴진다.

다저스가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명문 뉴욕 양키스와 격돌할 수도 있단다. 서부 대표 LA와 동부 대표 뉴욕의 대결이라는 간판부터 비현실적으로 화려하다. 작년 시카고 컵스가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챔피언 승전보로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할 때, 웹에 올려진 컵스 팬들의 환호의 순간들을 콘텐트로 만들어 올리며 개인주의자의 나라에서 이토록 열광적인 한마음을 가능케 하는 스포츠의 힘이란 얼마나 위대한가를 생각했었다.

그 눈부신 환호가 올 가을 LA에서 재현될 특별한 시즌을 맞았다. LA의 모든 시민들이 인종과 출신국가 구분 없이 함께 열광하고 기뻐할 그 순간은 특별히 우리 한인들이 고단한 정치적 분열에서 벗어나 모처럼 하나로 마음을 모으는 시간일 수도 있기에 더욱 기대된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최주미 디지털부 부장 choi.joom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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