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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있는 벤치]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10/26 07:46

시인·문학평론가



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

박민혁

액상의 꿈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매달고, 생시 문턱을 넘는다.
애인의 꿈을 대신 꿔준 날은 전화기를 꺼둔 채 골목을 배회했다.
그럴 때마다 배경음악처럼 누군가는 건반을 두드린다.

비로소 몇 마디를 얻기 위해 침묵을 연습할 것,
청명한 성기는 매번 산책을 방해한다. 도착적 슬픔이 엄습한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부모에게서,
향정신성 문장 몇 개를 훔쳤다.

아름다웠다.
괘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경외한다. 우리들의 객쩍음에.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유 없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나의 지랄은 세련된 것,
방법 없이는 사랑할 수 없다. 너는 나의 편견이다.

불안과의 잠자리에서는 더 이상 피임하지 않는다.
내가 돌아볼 때마다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비극을 연기한다.
우울한 자의 범신론이다. 저절로 생겨난, 저 살가운 불행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럴 때마다 생은 내 급소를 두드린다.

나와 나의 대조적인 삶, 길항하는,
꼭 한번은 틀리고 말던 아름다운 피아노소리.
고통의 규칙을 보라.


이 시는 인간의 존재론적 비극을 우주적으로 읽고 있다. 다소 과장적이다. 특히 시제(詩題)가 그러하다. 그러나 시란 치명적으로 상처를 입은 진실을 위한 장소다. 대자연의 순환 속에서 한 인간이 받은 비애를 세계적 슬픔으로 읊은 서사다.
액상의 꿈이 뚝뚝 떨어지는 생시의 문턱을 넘으면서 더러 애인의 악몽을 대신 꾸어준 날은,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건반을 두드린다. 배경음악처럼. 우리는 몇 마디의 꿈같은 말을 얻기 위해 침묵을 연습한다. 성기는 항상 너무나 총명해서 사상을 방해한다. 그때 이성의 슬픔은 토착적으로 온다. 불안과의 동침에서는 피임하지 않는다. 돌아볼 때마다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비극을 연기하니까. 그것은 우울한 자의 범신론이니까.
불행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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