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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이산하·독자

입동이 차츰 다가오고 있다. 숲에서는 초겨울의 입김이 번진다. 계절도 바뀌고 세월도 흐른다. 이 자연의 질서 속에서 우리들은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때로는 슬퍼하면서 침묵의 세계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어느날 아침 조간신문을 펼쳐들자 활자가 희미한 게 가물가물, 요 며칠 과로해서 그런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며칠 푹 쉬면 나아질 테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미심쩍어서 돋보기 쓰는 친구의 안경을 써보았더니 아니 이럴 수가. 신문활자가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벌써 세월이 이렇게 되었나. 노안이 온 것이다. 평생 안 늙고 청춘으로 살 줄 알았던 나인데, 내심 마음이 적잖이 흔들렸다.

나이가 든다는 과정이야말로 인생을 통해서 가장 감내키 어려운 정신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나이 든다는 것은 좋은 것도 있다. 눈이 침침해오니까 주관적이고 감성적으로 흥분하는 것이 줄어든다. 모든 사물이 보다 객관적이고 냉랭한 상태로 드러난다.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사물을 보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는 것은 침침하지만 사물의 본질은 훨씬 더 잘 보이는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지혜로워질 수도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밤중에 잠 못 들어 일어나 긴 사연의 편지를 쓰고 창밖에 흩날리는 낙엽 뒹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허허롭지만 듣지 못하던 소리도 들린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침침해지면서도 또렷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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