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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와인스틴부터 사우디 여성까지

특이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30일 테네시주 셀비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식당에서 흑백 커플에 시비를 걸다가 구타까지 했다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흑백 커플이 공격을 받는다는 것도 특이했지만 시비의 대상은 더 특이했다.

우월주의자들은 커플 중에서 흑인 남성보다 백인 여성에게 시비를 걸었다. "우리가 누구인 것 같으냐"며 흑인 남자친구에게서 떨어지라고 했다. 눈가가 찢어지는 구타를 당한 것도 백인 여성이었다. 이날 우월주의자들이 '백인 생명도 중요하다'를 외쳤다는 사실도 특이하다.

한눈에 스칠 수도 있는 기사가 눈에 띈 것은 하비 와인스틴 성희롱 스캔들 때문일 것이다. 인종차별이 공공연하던 시절, 흑백 커플이 공격을 받으면 일반적으로 그 대상은 흑인 남자였다. 30일에는 백인 여성이었다. '백인 여자에게서 떨어져'가 아니라 '흑인 남자에게서 떨어져'였다. 여성을 유색인종보다 더 소수계로 본 것인지 아니면 여성을 자기 결정권을 가진 더 독립적인 존재로 본 것인지 궁금하다.

와인스틴 스캔들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까지 삼켰고 마침내 케빈 스페이시가 58세에 게이 선언까지 하게 했다. 31년 전 14세였던 남성이 스페이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한편으론 와이스틴 스캔들에서 용기를 얻은 사람이 많은 것이고 또 한편으론 말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남자의 몸이든 여자의 몸이든 온전히 개인의 것은 아니다. 사회적 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여자의 몸은 시대에 따라 시각에 큰 변화를 보였다. 여성의 몸은 2차대전으로 전장에 나간 남성을 대체할 노동력으로 쓰였다가 전쟁이 끝나자 돌아온 남성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시대에는 출산율 하락이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이런 주장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몸도 사회나 국가의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흑인 남자를 사귀는 백인 여성을 예전엔 보호하겠다고 나서더니 이제는 비난하려는 우월주의자의 태도도 마치 개인의 몸이 어딘가에 속한 것처럼 행동하는 태도다.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여러 사회적 시각 가운데 성희롱도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크게 바뀌었다.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는 한마디로 몸은 개인의 것이며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와인스틴 스캔들이 준 충격은 이런 합의에 개의치 않는 사각지대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일 것이다. 일종의 행동 지체다. 알고는 있지만 행동에 옮기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다. 반대로 여성들도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행동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됐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세상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처럼 어떤 면에서 여성의 사회진출 총량은 늘었지만 생각만큼 질적으로 향상된 것은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와인스틴 스캔들은 여성을 넘어 개인의 몸이 가진 권리의 승리로 기억될 것이다. 알지만 행동하지 않는 혹은 행동을 멈칫했던 이들의 시간 지체를 앞당길 것이다. 한순간에 닥쳐온 와인스틴의 몰락은 사회적 합의를 나의 시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됨을 어떤 논리보다 잘 퍼트릴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와인스틴 스캔들이 없어도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년부터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스포츠 경기 관람도 허용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청원에 공식 답변을 할 계획이다. 찬반 입장을 떠나 모두 내 몸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다. 와인스틴의 몰락은 다른 곳에서도 행동 지체를 단축하는 질적인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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