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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의 주인은 고객이다

진성철 / 경제부 차장
진성철 / 경제부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17/10/31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7/10/30 18:33

올해 한인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한 소식 중 하나는 BBCN과 윌셔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한인 첫 리저널뱅크 '뱅크오브호프'의 고석화 전 이사장이 이사장직에서 내려온 것이다.

1980년 윌셔은행을 설립하고 이사장직만 24년 이상 맡아 온 베테랑인 그가 통합 1년도 안 돼 이사장에서 물러나 2선인 명예 이사장을 받아들인 점은 한인 금융권에서 이직도 회자하고 있을 정도다. 그는 지분율 3.03%의 최대 주주였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사회를 떠난 건 아니지만 지배주주가 이사회의 수장이 아닌 경우는 한인 금융권에선 드물다.

한인은행 대부분의 태동은 유사하다. 몇몇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은행을 설립하고 지분이 제일 큰 개인 주주가 이사회의 이사장을 맡는다. 다른 주요 투자자들이 이사로서 이사회를 구성한다. 이사회의 역할은 경영진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견제가 주업무라 할 수 있겠다.

이사들은 모두 초기에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은행의 수익 증대는 물론 사업 성패의 위험부담을 지는 등 은행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하다. 따라서 보통 책임경영이 한층 더 강화되는 게 장점이다. 특정 문제가 생겼을 때 업계 경험이 풍부한 지배주주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등 조직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지나친 주인의식은 경영권 간섭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이사들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기준에 미흡한 부실 대출을 마구잡이로 하는 등 은행을 사금고화 한다든가 이사회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장과 간부를 마구 교체하는 등 은행에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은행의 존폐가 갈리기도 하는데 폐쇄된 미래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대로 경영진이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더 커지면 전문 경영성은 제고될 수 있지만 책임경영은 오히려 느슨해지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행장을 포함한 고용된 경영진은 은행에 대한 투자 지분이 없어서 은행보단 본인의 자리나 욕심을 더 앞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유령계좌 스캔들을 일으킨 웰스파고도 실적만 생각한 최고경영진과 이사회의 묵인이 문제를 더 키웠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이사회는 앞서 말했듯이 경영 활동을 감독하고 견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다. 문제는 이들도 지분이 없기는 마찬가지라서 경영진 활동에 손만 들어주는 거수기 역할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이들의 이사비는 꽤 짭짤한 수입원 또는 부수입원이라는 점도 거수기 역할에 일조한다는 게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은행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경영진과 이사회의 균형은 절실하다. 이사회는 경영활동을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성과에 따라 경영진의 보상과 책임을 묻는 본연의 책무를 완수하고 경영진 역시 이사회의 조언에 따라 발전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은행처럼 순식간에 사라지거나 명성이 퇴색할 수 있다.

특히 고객의 예금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은행은 공기업의 성격을 띤다. 이는 은행이 지배주주나 경영진 소유라기 보다는 고객과 투자자의 은행이라는 것에 가깝다. 이를 명심하고 각자의 책무에 충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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