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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그 무엇도 두려워 말라

박비오 신부/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기원 후 1000년쯤, 프랑스 리용에서 발누스라는 사람이 자기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주고 복음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가르쳤다. 그러자 발누스를 따르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일어났고, 이것은 부와 명예를 지닌 중세 교회에 큰 위협이 되었다.

교회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해산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교회의 지도를 따르지 않았다. 마침내 교회는 정치권을 이용하여 그들을 잔인하게 진압했다. 세월이 흘러 1182년, 이탈리아의 아시시에서 프란치스코가 태어났다. 우여곡절 끝에 그도 청빈운동을 전개했고 사람들이 구름 같이 일어났다. 그가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발누스의 영향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프란치스코의 청빈정신을 본받아 수도생활을 시작했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수도원은 부유해졌다. 그러자 논쟁이 시작되었다.

"수도원의 공적 재산을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

창립자의 정신으로 돌아가 모든 재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쪽과 적어도 공적 재산만큼은 인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라졌다. 이 논쟁은 격심한 투쟁으로 이어졌고 300여년 간 지속되었다. 마침내 300년이 지난 어느 날, 이 수도회는 두 개의 수도회로 갈라졌다. 공적 재산을 인정하는 수도회와 공적 재산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수도회로 말이다.



그런데 그 수도회가 두 개의 수도회로 쫙 갈라진 해는 공교롭게도 1517년이다. 그 해는 바로 개신교회가 가톨릭교회로부터 갈라져 나간 해이다.

맨발의 가르멜을 창립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예수회의 창립자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신비신학의 거장 십자가의 성 요한 등이 그때 배출된 성인들이다.

그들 중 '데레사는 2000년 동안 교회 품에 축적된 모든 지혜와 지식과 기도와 신비로운 사실들에 관한 체험을 보관하고 있는 웅장한 저장고'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소중한 분이다. 여성으로서 어떻게 남자 수도회까지 쇄신할 수 있었는지, 도대체 그 힘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녀의 기도를 묵상해 보자.

"그 무엇도 너 무서워하지 말라. 그 무엇에도 너 마음 설레지 말라. 모든 것은 지나가고 임만은 가시지 않나니 인내함이 모두를 얻느니라. 임을 모시는 이, 아쉬울 것이 없나니 임 하나시면 흐뭇할 따름이니라."

데레사는 '하느님은 전부요, 자신은 무(無ㆍ먼지)'임을 고백했다. 자신이 '먼지'가 되어도 좋을 만큼 자신을 사랑하는 분이 계심을 체험했던 것이다.

성경을 보면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과 자주 마주친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는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이런 기도를 바쳤다.

"언제나 같은 아버지 하느님이 오늘 너를 돌보듯이 내일 그리고 매일 너를 돌보아 주리라. 그분은 너를 고통에서 보호해 주시고, 또 고통을 견딜 수 있도록 힘을 주시리라…?"

성인성녀들은 한결같이 예수님을 본받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를 돌보는 분이 계심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park.p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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