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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글, 노년의 행복 자격증

[LA중앙일보] 발행 2017/11/0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7/10/31 20:39

모터사이클 마니아인 친구는 굉음과 함께 달리는 그 짜릿한 재미에 비할 것이 없다고 했다. 그가 글을 읽는 것은 아주 낯선 작업일 수도 있겠다. 그가 글(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사실 신문에서 무엇을 얻고 자시고 할 만큼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안 하고 있었는데 친구의 도움으로 나도 무엇인가 또는 어떤 부분인가 (세상에) 참여하고 살고 있다는 느낌을 친구가 권유한 신문으로부터 느껴보며 살아야 할 것 같으이. (신문을 읽게 해준) 친구의 마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또다른 느낌의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네…고마우이"

'또다른 느낌의 아침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친구의 말. 신문을 만드는 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의 찬사가 없다. 신문을 통해 일상에 없던 작은 기쁨이 그에게 생겨난 것 같아 흡족했다.

글을 쓰는 일을 하다보니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글이나 책을 소재로 삼는 때가 많다. 특히 일반 오피니언 독자 투고를 담당하며 글을 쓰고 읽는 재미를 만끽하면서 사는 시니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노년의 삶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눠 글과 함께 하는 노년/글을 등지고 사는 노년으로 구분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최근에 기고를 보내기 시작한 정모(여)씨는 70대 중반. 손글씨로 보낸 첫 기고가 지면에 반영된 날 "너무 기뻐서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과 함께 신문을 구석구석 읽는 것이 일과의 커다란 기쁨이라면서 "신문은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반려견이 있듯 그에게 신문은 반려 '문'인 셈이다.

80대 중반인 나의 장인 어르신은 "신문 읽는 즐거움을 아침에 다 누리는 것이 아까워 일부러 몇 페이지는 읽지 않고 남겼다가 저녁에 읽는다"고 하신다. 맛있는 것 아껴 먹는 것이나 진배없다.

신문 읽기를 즐기는 이들은 대체로 책과도 친하다. 대단한 독서가로 알려진 60대 중반 백모씨는 매달 상당 분량의 책을 구입한다. 물론 다 읽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읽지 못해도 나중에 나이 들고 시간 많을 때 읽을 책이 방에 한가득 있는 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자가 된다"고 말한다.

글을 가까이 하고 지내는 노년들은 한결같이 무언가 매일 새로 배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글을 읽으며 생각을 하게 되고 기억력도 좋아지고, 내적인 충만감을 얻는다고 한다. 더불어 오는 좋은 낯빛은 덤이다.

예전에 어느 시니어와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하루 일과 어떻게 보내세요?" "눈 뜨면 오늘은 뭐할까 그게 가장 큰 고민이야. 인터넷 여기저기 클릭하고 가끔 야동도 보고…시간이 너무 많으니까 아침에도 짐(gym)에 가고 저녁에도 가고 하루 서너시간은 짐에서 보내. 뭐 시간 보내기 좋은 거 없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많아지는 시간, 그걸 때우는 것이 고민이라는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대개 글과 담을 쌓고 사는 이들이다.

가끔 시니어들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즐겨한다면 그것은 노년을 행복하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무기를 지닌 것"이라고.

나이 들면서 외적인 것들은 대개 비슷해진다고 한다. 글을 가까이 하며 배우고 익히는 내적 충만감이야말로 진정한 노년의 부요함이요, 글은 그 샘이 아닐까.

"당신은 책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당신은 분명히 생활 가운데 부질없는 야심과 쾌락의 추구에만 열중하고 있을 것이다."(볼테르)

책이든 신문이든 글을 벗하며 내적 즐거움을 누리는 시니어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글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더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좋겠다. 신문을 벗하기 시작한 친구여, 자네는 충만한 노년을 위한 중요한 자격증을 하나 갖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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