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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배우는 마르띤의 스패니시 생활회화 <105> 북미 식민사 9

남은 이주민들의 앞날은 암울했다. 우선 여자가 한 명도 없었고 단 한 병의 술도 남아 있지 않았으며 식량도 턱없이 부족했다.

막상 배가 떠나고 나자 모두 새로운 땅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임에도 이주민 중 많은 이가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했기에 거친 생활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일하려고 하지 않았다. 엎드려서 꼼짝 않고 있었고 집을 지을 때 땅을 파거나 하물며 자신들의 식량이 될 씨앗을 뿌리는 일도 마다했다. 물론 이주민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장인과 군인도 있었고 범죄자도 있었으며 난폭한 자도 적지 않았다. 이주민 지휘자인 레인은 이들을 강도 높게 훈련시켰고 항명하는 자는 교수형에 처해가며 질서를 잡으려 애썼다. 그러나 기술자와 장인은 자신들이 아메리카까지 와서 어째서 신사라고 뻐기는 사람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주자들 사이에서는 협조 대신 반목의 씨앗이 자랐다.

로어노크 일대의 추장인 윙기나는 자신들의 영토에 정착하려는 영국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척 고심했다. 얘기를 듣기로는 이들이 초자연적인 힘과 마술적인 주술을 행한다는 것이다. 영국인 정착촌 주변 인디오들이 이름 모를 병에 걸려서 수십 명씩 죽어가고 있었는데 영국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홍역과 천연두를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면역이 전혀 없었던 인디오들은 병만 들면 죽었고 추장은 '그들이 신을 통해 힘을 얻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접근하지도 않고 무기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들을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윙기나를 비롯한 많은 인디언이 백인들과 함께 신에게 기도하는 것을 좋아했고 찬송가를 배워서 부르기도 했다. 그래도 병이 낫지 않자 인디오들은 영국인들이 보물 같이 다루는 성경에 초자연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성경을 만져보고 껴안고 입 맞추고 가슴과 머리에 비벼대곤 했는데 이를 보고 이주민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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