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미국판 '굿닥터' TV프로그램 최고 시청자 기록"

이동훈 엔터미디어 대표
할리우드 키드서 프로듀서로
"리메이크가 아니라 재창조다"

"저수지에서 빠져 죽은 거 아니야."

5세 소년은 부산 어느 장터에서 엄마 손을 놓치고 말았다. 엄마와 이모는 발바닥이 뜨거워지도록 아이를 찾아다녔다. 해가 질 무렵 '납치되어 죽은 것 아닐까' 낙담하던 찰나 소년은 근처 영화관에서 태연히 걸어 나왔다. 서부영화를 보곤 말이다.

ABC 방송에서 인기리 방영 중인 의학드라마 '굿닥터'를 제작하고 있는 이동훈(45) 수석 PD는 '할리우드 키드'였다. 꼬마 때부터 방학이면 혼자 영화관에 가 홍콩영화부터 할리우드 영화까지 죄다 섭렵했다. 95년 가주로 유학을 와서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하며 영화감독을 꿈꿨다.

드라마 굿닥터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천재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2013년 배우 주원이 주인공으로 나온 동명의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미 드라마에선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어거스트 러쉬'에 출연한 프레디 하이모어가 주인공을 맡았다.



시청률은 기록적이다. 지난 9월 25일 1회 시청자수가 1920만명을 돌파하더니 3회째는 수년째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던 CBS드라마 '빅뱅이론'을 눌렀다. 현재 6편이 방영돼 평균 1800만명이 굿닥터를 보고 있다. 이동훈 피디는 "3주차부터 풋볼 등 현존하는 미국 TV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시청자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PD가 말한 성공 비결은 작가의 힘이다. 의학드라마 '하우스' 등으로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든 데이비드 쇼어 작가가 직접 펜을 잡았다. 이 PD가 한국에서 기획사와 PD일을 하며 만난 인연이 연결고리가 됐다. 데이비드 쇼어 작가는 직접 투자자에게 기획안을 발표하며 작품성을 설명했다.

"이미 의학 콘텐츠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이비드 쇼어 작가가 더 이상 의학 소재로 글을 쓰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하지만 자폐증 천재 의사라는 소재를 보고는 며칠 만에 함께 하겠다고 승낙했죠."

하지만 미 드라마는 인기 작가나 유명 감독이 제작한다고 쉽게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한 해 기획안 400편 정도가 각 방송국으로 보내지면 기획안 통과에서부터 파일럿 대본 주문 파일럿 제작 등 최종 작품 제작까지 통과하는 작품이 채 10편이 안 된다. 그마저도 드라마 방영 1 2회 안에 주목을 못 받으면 조기 종영된다. 이 때문에 미국에 진출한 한국 회사도 그동안 이 PD의 기획안을 거절했다.

"1회 방송부터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미 드라마가 폭력성 성적인 부분에 치중했다면 굿닥터는 모처럼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던 거죠. 미국인도 한국 콘텐트를 사랑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주연 배우도 주인공 머피 의사 말고는 다양한 인종이 등장한다. 아프리칸 히스패닉 아시안 의료진들이 출연하고 환자로 출연한 남녀 커플도 서로 다른 피부색을 가지고 있다. 이 PD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폐증을 앓고 있는 가족들의 반응이 뜨겁다. 주인공의 흔들리는 시선과 엉뚱한 질문 말투를 통해 자폐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이 해소됐다는 것이다. 이 PD는 굿닥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이들의 반응에 대해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LA 미 자폐증 단체 오티즘 스피크스(Autism Speaks)가 자폐증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그렸다며 상을 주기도 했다.

"자폐아를 위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들을 통해 시청자들이 많은 감동을 받고 있어요. 그들이 세상에 던지는 순수한 질문 속에서 우리의 어긋나고 있는 삶의 모습을 돌이켜 보는 거죠."

이제 거꾸로 미 드라마를 한국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 미 법률드라마 '슈트(Suit)'를 리메이크해 내년 KBS2 방영을 목표로 제작 중이다. 배우 장동건과 박형식이 주인공을 맡았다.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계속 미국 방송국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저는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크리에이트'한다고 생각합니다. 콘텐트의 핵심은 그대로 두고 서로의 문화에 맞게 재창조하는 거죠. 나중에는 직접 저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