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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총기 사건 전염병

"총격 사건이 난 지 몇 분이 지나 긴급 구조대가 출동했으며 오후 들어 연방수사국(FBI) 등 경찰 관계자들도 현장에 도착했다."

늘 이런 식이다. 장소와 시간, 범인, 희생자는 다르지만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지난번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였고 이번엔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이다.

패턴은 여전하다.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총격 사건이 벌어진다. 라스베이거스는 59명이 죽었다. 텍사스에선 26명이 죽었다. 그리고 경찰은 늘 많은 사람이 죽은 뒤에 늦게 나타난다. 언론엔 범인의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이 등장한다.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없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범인의 친척은 " 데빈이 그런 짓을 할 것이라고 절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난사 사건 범인의 동생도 반응은 비슷했다. "형은 부유한 자산가였고 냉담한 성격이었다. 도박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럴 일을 벌일 사람은 아니었다." 세상에 그럴 것 같은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모두 총을 들고 나서지 않는다. 세상사에 좌절한 모든 이들이 알지도 못하는 이들을 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변 사람이 아닌 이들은 범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텍사스 총격 사건이 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반응도 그렇다. "정신건강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초기 보고를 근거로 볼 때 그는 오랜 기간 많은 문제를 갖고 있던 비정상적인 미친 사람이다…총기의 상황은 아니다." 총이 문제가 아니라 방아쇠를 당긴 손가락이 문제라는 것이다. 총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형적으로 나오는 답변이다.



패턴은 반복되지만 새로운 현상도 한두 가지 있다. 총격 사건이 나면 제일 먼저 테러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하고 테러가 아니면 안도라도 된다는 듯한 분위기다. 또 하나. 총기 규제 목소리가 예전처럼 높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에도 사건 현장의 조감도까지 세세하게 보도됐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충격이 워낙 컸던 탓인지 총기 규제 목소리는 이전보다 작게 느껴진다.

현실적인 총기 규제로 언급되는 것은 총기 구매 통제다. 전국적인 데이터베이스를 잘 관리해 구매 희망자의 신원 조회를 꼼꼼하게 하고 자동화기는 팔지 말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텍사스주 사건의 범인이 공군에서 군사재판을 받고 불명예 제대한 사실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지 않았다. 경찰은 예언자가 아니다. 총격 사건 현장을 미리 알고 대비할 수는 없다. 이젠 교회도 안심할 수 없다. 범인은 교회 예배당으로 들어가기 전 잠시 멈칫했을까. 안에는 50여 명이 예배를 보고 있었다. 사망자는 26명, 부상자도 20명이 넘는다. 예배자 대부분이 총격을 당한 것이다. 이런데도 최소한으로 보이는 총기 구매 규제마저 잘 지켜지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총이 아니라 손가락이 잘못이라면 총기 범죄가 무한 반복으로 가도 좋다는 것인가. 반복은 무감각을 낳고 무감각은 다시 반복을 낳는다. 라스베이거스에 이어 텍사스에서 참사가 발생했지만 세상은 다시 잠잠해질 것이고 어느 날 상처받은 개인이 이런저런 이유로 총을 들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서 방아쇠를 당기고 경찰은 늦게 나타나고 억울한 희생이 보도되고 범인의 주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고 말하며 사람들은 사건 현장에 촛불과 꽃을 놓고 슬퍼하지만 총기 규제는 방아쇠를 당긴 손가락의 죄로 넘어간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의 총기 사건은 이제 전염병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텍사스 사건을 보면 설득력이 있다. 지금처럼 같은 패턴이 무한 반복되면 그럴지도 모른다.


안유회 논설위원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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