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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200회째의 원고를 넘기며

김도수 / 자유기고가·뉴저지

오늘이 뉴욕중앙일보 오피니언에 글을 게재한지 꼭 200번째다. 2011년 4월 7일 이후 6년 하고도 6개월이 걸린 짧지 않은 세월이라 돌아보면 감회가 새롭다.

글을 쓴다는것, 특별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신문지상에 자신의 의견을 올린다는 것은 얼마나 낯뜨겁고 주의로운 용기가 필요한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젊어서는 망설임과 주춤함으로 여러번 준비했던 원고를 접기도 한 것 같다. 그러다 육십나이가 되면서 생긴 근거없는 배짱을 무기로 6년을 버티며 200회고지를 오르고 보니 휴 하는 안도감을 지울 수 없다.

처음 한동안은 워드가 서툴어 백지에 일일이 원고를 써서 팩스로 신문사에 보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다시 고쳐써야 하는 수고를 사기도 했다.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한다. 그러나 이제는 꽤나 빠른 타이핑 실력을 갖추면서 한글의 과학성과 수 백년 후 지금의 디지털 시대를 겨냥한 듯한 세종의 혜안에 찬사를 보내는 여유도 생겼다.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한다. 특히 신문사를 통해 연락을 주시거나 만나 조언을 주신 몇몇 분에게 더욱 말이다.

필자의 첫 칼럼은 '노이즈 마케팅과 성경'이었다. 없는 미국 박사학위를 팔아 온갖 호사를 누린 것은 물론 가정있는 한 남자와 염문을 뿌린 문제의 신정아가 불의한 감옥생활 수년을 무슨 벼슬이라도 한양 책을 펴낸 것이 노이즈가 되어 오히려 그 책을 베스트셀러로 둔갑시킨 이율배반에 대해 성경의 예로 이의를 제기한 것 같다. 그리고 이어 쓴 글이 일본의 후쿠시마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와 원전3기 폭발로 인해 반경 수백 수십리의 땅이 일순간 죽음의 땅으로 전락한 자연의 무서운 분노다. 그러나 본질은 수 천명이 죽고 일본의 장래가 위협받는 대재앙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 자연 분노에 순응하는 듯한 일본 국민들의 대처와 질서의식을 배워야 한다고 치켜세운 것 같다.



3번째 칼럼은 비운의 왕비 다이애나가 남기고 간 장남 윌리엄이 벌써 어른이 되어 어머니와 같은 평범한 동창생 케이트 미들턴과의 세기의 결혼식 이야기였고, 다음이 서울의 대표적 호텔 뷔폐 식당에서 한복이 발목에 걸려 잘 넘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한복입은 여인의 출입을 자제시켰다는 내용과 때마침 제기된 136년전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탈취당한 외장각 문서들이 프랑스 고서적 사서들의 반대로 국내귀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유를 들어 우리 속에 잠재되어 있는 '우리것의 천시' 경향을 지적, 환기시킨 것 같다.

2011년을 통틀어 가장 감격적으로 쓴 칼럼이 7번째인 7월 15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올림픽 총회에서 2018년 제23회 동계올림픽을 한국의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인용해 전국민의 역량을 모아 성공한 겨울 올림픽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는데 이제 3개월 후 그 막이 오른다니 그 성공을 다시 한번 기원해본다.

지난 세월 글을 쓰면서 많은 다짐을 했지만 그 중 하나가 가능한 본인의 이야기, 특별히 자랑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몇몇 이야기는 그 다짐을 무색케 하여 죄송하다. 그중 하나가 소싯적 군대시절 소대장과 분대장으로 만난 윤 하사와의 생사고락사다. 그러나 전혀 의도된 반칙은 아니었다. 굳이 변명하자면 그것은 세상사를 깨알같이 까발리는 초고속 인터넷 문화의 소산이었다. 특정 ID를 통해서만 접속이 가능한 초등학교 동창 카페에 무심코 올린 글이 하필 40년 넘게 생사를 몰랐던 윤하사의 새 스마트폰으로 흘러들어갈 줄이야 짐작이나 했던가. 아무튼 2013년 고국방문길에 부산 광안리 어느 횟집에서 우리는 가족과 함께 만났고 뜨거운 전우애 속에 그 소통은 지금도 여전하다.

사실 칼럼은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기도 하는것 같다. 특별히 정치적으로 견해를 달리하는 경우와 종교적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오피니언이 무엇인가? 한 개인의 생각이나 의견.견해.지론.소신.판단으로 타인과 다를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 아닌가? 종교적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신론자나 타종교 입장에서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거나 "한국이 이렇게 잘사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라는 말에 쉽게 동의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믿는자의 입장에서 그것이 본질이고 지키며 사는 가치이다 보니 그렇게 쓸 수 밖에 없음을 양해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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