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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 향내가 오는 길

“이 종이 한 장이면 화장실의 악취가 모두 사라집니다. 이 종이 한 장이면 화장실은 꽃밭이 됩니다.” 그러나 우체통에서 꺼내온 이 광고지 한 장 때문에 끝내 나는 두통약을 먹어야 했다.

서양인들의 냄새감각은 우리와 다른 점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어쩜 전적으로 개인적인 차이인 것도 같고. 서양인들은 구두 한 켤레를 사도 손에 들고 냄새를 맡아보는 습성이 있단다. 프랑스의 가발장사는 가발 냄새만 맡고도 게르만계 사람의 머리카락인지 라틴계 사람의 머리카락인지를 알아맞힌다고 한다.

우리는 좋은 냄새를 향내라 하고 나쁜 냄새를 악취라 한다. 어젯밤 화장실에 놓아둔 종이 냄새는 악취는 아니었지만 내겐 두통을 일으키게 했다. 향내라고 다 누구에게나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예민한 사람은 아니라도 인공향내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진한 향수가 참기 어려울 때도 있고.

서양인들이 악취라고 몰아붙이는 마늘 냄새에 우리는 별로 겁을 먹지 않는다. 우리들이 상식하는 마늘은 깨, 꿀과 함께 세계영양학자들이 꼽는 10대 식품에 들어간다. 10여 년 만에 만난 흑인 여자의 모습이 하도 변하지 않아 이유가 뭐냐고 덕담 삼아 비결을 물은 일이 있다. 그녀는 정색하고 “마늘과 물”이라고 대답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즈음 미국인들도 마늘을 열심히 찾고 있는 것 같다. 동네 미국식품점에서도 통마늘, 다진 마늘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걸 보면. 그렇다고 마늘 냄새를 마구 풍길 수는 없지만, 마늘에서 냄새를 제거한 제품이 드럭스토어에 나와 있는 걸 보면 마늘 좋은 줄은 알고 있나 보다.

하와이 여행 중에 마늘 아이스크림도 먹어보았다고 자랑하던 이웃도 있다. 그런가 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냄새를 식품화하는 산업도 늘고 있다. 향수 세일 광고지에서는 그 향수 냄새가 난다. 스파게티를 먹는 장면과 함께 스파게티 냄새가 나고, 매운탕을 먹는 장면과 함께 매운탕 냄새가 흘러나오는 TV가 나오리라던 얘기가 있었던 것도 10년이 넘었다.

앞으로의 시대는 냄새 과학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도 같다. 냄새를 이용해서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을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 영국의 심리치료사 킨쥐 박사. 그는 냄새를 이용한 방법으로 많은 치매 환자와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며 기억을 되살려내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꽃이 저마다 가진 냄새가 다르듯 계절에도 냄새가 있다. 아지랑이 속 생명이 되살아나는 듯한 향긋한 봄 내음, 불타듯 이글거리는 여름 냄새, 그리고 모두가 떠나가버릴 듯 허전한 가을 냄새, 삭풍 속에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겨울 내음, 그렇듯 자연 속 생물마다 사람마다 인종마다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체취가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사람다움, 그 인격의 체취도 있다. 이것만은 과학의 힘으로도 어떻게 되지 않으리라.

부정한 생각, 부패한 욕심, 시기, 질투, 모함, 불친절, 몰 예의 등 그 인성이라는 냄새, 이것들은 오직 자신의 성찰로만 다스려질 수 있는 냄새이리라. 생선 장수에게서도 고결한 사람 냄새가 날 수 있고, 향수를 파는 사람에게서도 사람 냄새가 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참사람 냄새’, 그것에는 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오묘함이 숨어 있는 듯하다.

김령/시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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