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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센트라도 나누는 마음이 중요해요"

인턴기자 가다…구세군 자선냄비 설치 첫날

2시간 열심히 종 흔들어
'119달러 30센트' 모금
현금 없어 기부 못하기도
자원봉사자 턱없이 부족
크리스마스 이브 전까지
LA 한인타운 5곳서 모금


올해 구세군 냄비는 온정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가득 찰수록 따뜻해지는 구세군 냄비가 지난 17일부터 LA한인타운 곳곳에 설치됐다. 구세군의 종소리는 내달 23일까지 우리 주변에서 '딸랑딸랑' 울리게 된다. 구세군 냄비 설치 첫날, 종을 들고 직접 모금활동에 동참해봤다.



17일 오전 10시 김스전기 앞. 구세군 자선 냄비가 처음 설치되는 날이다.



급히 빨간색 구세군 앞치마부터 두르고 종을 들었다. 한국에선 길거리에 '자선냄비'가 등장하면 추운 날씨와 함께 연말을 체감하는데 오늘따라 LA 날씨는 너무 포근하다.

따뜻한 날씨 탓에 자선냄비 분위기가 묻혀 모금이 저조할까봐 괜히 걱정부터 앞선다.

조금이라도 모금 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일단 종부터 흔들었다. 구세군 자원봉사가 처음이라 다소 어색했지만 이내 한인들의 반응에 열심을 내게 된다.

한 아주머니가 종소리를 듣더니 "어머, 구세군이 나온걸 보니 연말은 연말이네"라며 "한 해가 벌써 저무네"라며 지나간다.

초반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기부의 손길은 뜸했다. 종을 흔든지 20분쯤 지났을까. 첫 기부자가 나타났다.

물건을 사서 나오던 할아버지다. 그냥 지나치다 종소리를 듣고 '앗차' 싶었는지 걸음을 돌려 주머니에 있던 지폐 몇 장을 넣었다. 쫓아가서 기자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할아버지는 "아휴…얼마 내지도 않았는데 뭘 물어봐요 부끄럽게…그냥 할일을 했을뿐인데"라며 웃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자선냄비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갈때 마다 더 열심히 종을 울렸다. 종소리가 한인들의 마음에 닿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대부분 물건을 사고 나오는 한인들이 자선냄비에 돈을 넣었다. 거스름돈 부터 지갑에 있던 '1달러' 지폐까지. 기부를 할때마다 '감사하다'는 의미로 목례를 하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돌아섰다.

인터뷰 요청엔 대부분 손사래를 쳤다.

"조금밖에 안 넣었어요."

그래도 괜히 고마웠다. 그렇게 작은 온정이 십시일반 쌓이는 게 자선냄비 아닌가.

구세군 이주철 사관은 "한인들은 대부분 큰 금액이 아니면 기부하는 것을 부끄러워해 숨기려고 하는데 구세군은 단 1센트를 기부하더라도 '나누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구세군도 시대에 맞게 모금 방법의 변화는 필요해 보였다.

구세군 자선냄비를 본 김영란(가명)씨는 "종소리를 듣고 순간 지갑을 살폈는데 평소 신용카드를 이용하기 때문에 현금을 잘 갖고 다니지 않아 기부를 못해 아쉽다"며 "한국에서는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할 때 카드 리더기도 이용한다고 들었는데 기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가 생겼으면 좋겠고 다음번에 꼭 자선냄비에 돈을 넣겠다"고 약속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 활동은 전적으로 자원봉사자에 의존하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계속 종을 울려야 한다. 무려 하루에 10시간. 자원봉사자가 충분하지 못하면 교대 인원이 적어 하루 종일 종을 울리는 게 쉽지가 않다.

구세군 레이니 정 전도사는 "자원봉사자가 많으면 자연스레 설치 지역도 늘어날 수 있는데 현재 확보된 봉사자가 적어 올해 모금활동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LA에 교회들이 많은데 교인들이나, 자원봉사 시간도 인정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봉사자로 많이 참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은 또 있다. 구세군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져서다. 종소리가 시끄러워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자선냄비 설치를 꺼리는 업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LA 한인타운 자선냄비는 김스전기를 비롯한 ▶한남체인 ▶갤러리아마켓 ▶가주마켓 ▶마당몰에만 설치돼있다.

각박한 분위기 속에서도 흔쾌히 업소 입구를 내준 김스전기 최영주 매니저는 "이웃을 돕는 일인데 어떻게 야박하게 자선냄비 설치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며 "기부문화가 한인사회에 정착됐으면 하는 마음에 연말이면 매년 구세군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모금활동을 한 자원봉사자 박민규(22)씨는 지난주 한 교회가 제공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을 방문했다. 박씨의 부모는 한국에서 구세군 사관으로 활동중이다.

박민규 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모금 활동에 자주 나섰는데 LA에서 구세군의 종을 울리니 왠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한국과 달리 날씨가 따뜻한 반면 종소리는 작게 들리는 것 같지만 한인들의 온정어린 손길은 LA나 한국이나 똑같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종을 흔든 끝에 자선냄비에 쌓인 모금액은 총 119달러30센트.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이 온정이 소외된 이웃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울 것을 생각하니 뿌듯했다.

구세군의 종소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전까지 울리게 된다. 그 종소리엔 온정을 필요로 하는 우리 이웃의 소리가 담겨있다.

▶자원봉사 문의: (213) 480-0714


정인아 기자 jung.in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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