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안봉자 시인의 글방]프라하의 야경

동유럽 문화 산책 2006


<프라하의 야경>



카프카의 도시에 밤이 내리고


어둠 속 창들은 다투어
변신의 날개를 단다
  
먼 길 걸어온 지구촌 나그네의
고독한 어깨가
푸른 별빛에 젖어
찰스 브리지를 건넌다
  
다리 위 조각상들은
나그네의 향수를 곁눈질하고
*알퐁스 도데의 별처럼
어둠 짙어갈수록
그 빛깔 더욱 형형해지는
강 언덕 프라하 성의 불빛이여!
  
어느 금발의 악사가 불러제끼는
드보르자크의 고운 선율인가
몰도우 강 흑비단 화폭 위로
꽃배암처럼 흐르는데
  
은하수 별 무리들
우르르ㅡ 뛰어 내려와
함께 누워 흐르며
먼데 향한 그리움 펄펄 앓는다 .
  
- <몰도우> 강의 별밤


체코는 북쪽으로는 폴란드와 소련, 서쪽으로는 독일, 남쪽은 오스트리아, 동쪽은 헝가리에 둘러싸인, 유럽의 심장부에 위치했다.


오스트리아에서부터 흘러온 아름다운 몰도우 (Moldau) 강이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관통하며 흐르고, 제2차 대전에도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은 수도 프라하는 깊은 역사의 옛 자취의 미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세계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불러모은다.
프라하는 1918년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가 되었다가, 1993년 1월 1일에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면서 체코의 수도로 되었다.


석양 무렵에 도착한 프라하 시는 과연 ‘동구의 파리’라는 별명처럼 첫눈에 반할 만큼 아름다웠다.
거리 자체가 한 마디로 예술품이었다.
프라하 시내에는 시대를 망라한 아름다운 건물들이 참 많이 눈에 띄었다.
거리마다 로마네스크 양식, 고딕양식, 르네상스양식,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적당히 어우러져 제각기 그들이 지나온 역사의 발자취들을 말해주고 있다.


교향곡 ‘신천지’로 유명한 음악가 드보르자크(Antonin Dvorak)와, ‘성城’과 ‘변신’ 등으로 잘 알려진 문학가 카프카(Franz Kafka)를 탄생시킨 도시답게, 거리엔 간판에 그들의 이름이 쓰여있는 곳이 몇 군데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우리 관광단은 우선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 짐도 풀 새 없이 곧바로 버스에 올라 도시의 야경 관광에 들어갔는데, 신시가지, 구시가지, 프라하 성, 등을 약 두 시간 동안 돌아보며, 이 아름다운 도시에 푹 빠져들었다.


그 중에도 저녁 아홉 시경에 버스에서 내려 다 함께 도보로 건넌 찰스 브리지(Charles Bridge)의 야경을 잊을 수가 없다.
다리 양쪽에 늘어선 30개의 체코 성자 조각상들과 그 옆으로 쉬지 않고 밀려가고 밀려오는 관광객의 물결. 곳곳에 밝혀놓은 가로등 밑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거리악사들과, 좌판을 펴 놓고 그림과 기념품을 파는 노점 상인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여념이 없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초가을 날씨는 한껏 쾌적한데, 건너다 뵈는 몰도우(Moldau) 강 언덕 위에 우뚝 서서 불야성을 이루며 하늘의 별빛을 사르고 있는 프라하 城의 위용과, 찰스 부리지 밑을 구비구비 흐르는 몰도우 검은 강물 줄기와, 그 위에 거꾸로 잠겨서 함께 흐르는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연출해내는 환상적인 파노라마는 神과 인간이 합동으로 창작해 내는 하나의 거대한 걸작품이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찬찬히 맘껏 감상할 수 없음이 무척 안타까웠지만, 내일 다시 올 기회를 주겠다는 가이드의 말이 있어 아쉬운 대로 분위기만 훑어보며 다리를 건넜다.


*알퐁스 도데 : 프랑스 작가. 주인집 아가씨를 사랑하는 목동의 이야기 ‘별’로 유명함.


<올드타운과 천문시계>

다음날, 우리 일행이 그 전날 밤에 야경으로 본 곳들을 다시 한 번 버스와 도보로 자세히 돌아보고 올드타운 광장의 천문시계 밑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11시를 조금 넘은 뒤였다.


프라하의 심장 부분인 올드타운 광장은 Church of Our Lady, 올드타운 시청사 (Old Town Hall)와 천문시계 탑 (Astronomical Clock Tower) 그리고 성 니콜라스 성당 (St. Nicholas Church) 등 역사적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전체 분위기가 엊그제 다녀온 뮌헨의 <마리안 광장> 과 비슷했다.


그 중에도 천문시계 (Astronomical Clock)로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진 구 시청사 건물의 시계탑과, 타워 주위에 웅성대는 각종 인종의 관광객들이 더욱 그랬다.
다만, 광장 자체가 마리안 광장보다 자그마하고 어딘지 어깨를 감싸듯 아늑하며, 좀 더 고풍스런 맛이 도는 것이 달랐다.


이 올드 시청사의 천문 시계는 1410년에 <프라하 찰스> (Prague Charles) 대학교 수학 교수인 얀 온드류브(Jan Ondrejuv)가 미쿠라스(Mikulas)라는 시계 기술자와 함께 완성했으며, 시계의 지침 판에는 해, 달, 그리고 북극성의 움직임을 각각 따로 지침 하는 세 개의 바늘들이 있다.


점성술을 보는 데 쓰였다는 이 시계는, 매시간 정각마다 시계 오른쪽 해골 모양의 ‘죽음’ 인형이 줄을 잡아당겨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시계 위 두 개의 창문이 열리면서 열두 인형들이 춤을 추고, 이 춤이 끝나면 맨 꼭대기에서 꼬끼오- 하고 닭이 울고, 마침내 종이 울린다고 한다.


이 시계를 완성한 이후, 프라하 市는 이 아름다운 시계가 다른 곳에서도 똑같은 것을 만들 것을 우려한 나머지 Ondrejuv 교수를 장님으로 만들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이 신비스런 시계탑 아래서 올드타운의 역사적 배경과 명소들에 대하여 설명을 들은 후, 두 시간의 자유시간으로 들어갔다.
각자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고 1시 정각에는 다시 이곳에 모여 버스로 <몰도우> 강 선착장에 가서, 우리 관광객 전용 유람선을 타고 크루즈를 하며 선상 오찬을 갖기로 되어 있었다.


자유시간에는 광장 주변의 기념품 가게와 화랑들을 돌아보며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12시 정각에 있을 천문 시계의 인형 쇼를 볼 수 있고, 광장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세인트 메리> (St. Mary) 성당과 <성 니콜라스> 성당, 그리고 지나오면서 겉으로만 본 옛 유태인들의 공동묘지 등을 찾아가서 좀 더 자세히 볼 수도 있지만.

그 전날부터 이미 찰스 브리지(Charles Bridge)에 다시 가보기로 단단히 별러온 우리 부부는 다른 곳은 아쉬운 대로 뒤로 한 채, 곧바로 그곳에서 좀 떨어진 찰스 브리지를 찾아가기로 했다.


----------------------------------

안봉자
- 한국 문인 협회 회원
- 캐나다 한인 문협 (토론토) 회원
- World Poetry Reading Series회원
- 시집: <파랑날개 물고기> <그대 오신다기에>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아래 공란에서 쓸 수 있습니다.

▷중앙닷씨에이 www.joongang.ca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