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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입양은 한국에서 ‘태어’났다”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법학박사)

- 세계적 국제입양 추세연구 권위자 Peter Selman(영국 뉴캐슬 대학교)의 논문에서 -

제3세계 국가의 영유아들이 선진국 가정에 입양되기 위해 홀로 국경을 넘는 이례적 국제이주(migration) 현상인 ‘국제입양’(intercountry adoption)은 1950년대 한국전쟁을 계기로 발생했다. 이후 현재까지 국제입양의 규모는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입양을 받는 나라인 수령국은 최대 입양국 미국을 비롯한 북미와 서유럽의 약 20개국이다. 입양을 보내는 나라는 최대 송출국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등의 80여 개국이다.


송출국의 입양기관에서 아동을 담당하고, 수령국의 개인 혹은 기관이 입양절차 전반에 걸쳐 양부모를 대리한다. 자국내 입양절차를 엄격하게 규율하는 국가에서도 국제입양은 국제적 네트워킹을 가진 사적 중개기관이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아동매매, trafficking, 양부모 자격 부실심사, 부적절한 금전 거래 등 아동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심각한 권리침해가 드러났고, UN 아동권리협약과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의 국제아동입양협약 등 국제법적 규제도 시작되었다. 이러한 국제입양의 시작점에 바로 한국이 있다. 세계 각국의 국제입양에 대한 연구물은 거의 모두 한국을 언급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주요 인권이슈 중 한국이 이 정도로 ‘몸통적’ 지위를 가지는 사안은 거의 없다.




1955년 오레곤 주의 평범한 농부였던 해리 홀트가 8명의 한국전쟁 혼혈고아를 입양하면서 시작되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미 의회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지지를 통해 당시 2명으로 제한되었던 고아입양을 홀트에 대해서 예외적으로 변경하는 특별법과 한국 출신 고아에게 이민쿼터를 배정하는 초유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한국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의 ‘일국일민’주의, 즉 한 나라에는 한 민족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강령에 따라 미군과 한국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동들을 대거 미국으로 이주시키는 특별조치와 이를 담당하는 기관을 만들었다.


국제입양 제1의 물결을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유럽에서 찾기도 한다. 당시 패전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와 일본의 전쟁고아들을 미국이 난민법상 특별 비자 쿼터를 배정하여 대거 입양하였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 현상으로 수년 내에 종식되었다. 위기상황에 특별조치로서 소기의 역할을 마치고, 유럽 각국이 아동보호 체계를 긴급하게 정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한국에서 시작된 제2의 물결은 혼혈 아동 수천명을 미국으로 이주시킨 이후 한국의 빈곤가정과 미혼모 자녀로 대상을 옮겨 오히려 더욱 공고해졌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등으로 더 큰 물결을 만들어 내며 확산되었다. 최대 입양국 미국에 가장 많은 아동을 보낸 국가가 한국이다. 국제입양은 한미 관계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201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스폿라이트’는 가톨릭 사제들에 의한 아동성추행 사건을 대하는 보스톤 글로브지의 태도가 새로운 리더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보여준다. 개별적 사건으로 접근했을 때와 제도화된 비리를 파헤쳤을 때의 차이이다. 전자의 경우 사제 한 사람을 처벌하면 여론은 잠잠해지지만 범죄는 더 심해진다. 구조적 비리와 은폐가 근본적으로 수정되지 않으면 취약한 아이들은 계속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도 같은 구도로 보아야 한다. 한 아이의 입양과 성장 스토리로만 바라볼 때, 우리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폐해의 핵심을 놓친다. 지난 65년간 한국과 미국이 근본적 해결책을 외면하고 표면적 조치로 쌓아온 적폐는 입양인 추방이라는 문제로 드러나게 되었다. 이 제도적 모순을 다음회에서 IR-4 비자 이야기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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