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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종교개혁 소비만 말고 '투자'해야

[LA중앙일보] 발행 2017/11/25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7/11/24 16:53

올해 개신교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았다.

유럽으로 가서 종교개혁가들의 족적을 쫓아 특집 기사를 보도했다.

현지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종교개혁 유적지에는 대개 방명록이 구비돼 있다는 점이다. 무심코 방명록을 훑어보는데 'OO교회 일동' 'OO 장로' 'OO권사' 등 한인들이 남긴 흔적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 루터 박물관에는 '어서 오세요'라는 한글 문구가 붙어있는가 하면, 유적지 곳곳에는 한국어로 된 안내서와 가이드 방송까지 준비돼 있을 정도다. 그만큼 한인 방문객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독일인 안내원과 잠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안내원은 "종교개혁이 한인들에게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인지 전혀 몰랐다"며 "세계 각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한인만큼 열기가 뜨거운 방문객은 없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종교개혁의 현장을 방문했던 한인들은 과연 어떤 것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리고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 가슴에 담고 온 종교개혁의 의미를 어떻게 적용하며 살아갈까.

대개 '종교개혁' 하면 그 역사를 오늘날 현실에 적용한다. 개혁의 의미를 빌려 어그러진 모습을 바로잡고자 함이다. 개신교 단체나 교단 등이 세미나, 학술대회 등 각종 행사를 치르느라 분주한 이유다.

개인이든, 단체든 '종교개혁 500년'이란 특수가 가져다주는 분위기를 소비하는 건 좋다. 필요한 일이다. 어쩌면 그만큼 교계 현실이 암울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제언을 하나 하자면 종교개혁의 소비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어졌으면 한다. 일회성 또는 형식적인 행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장기적으로 개신교의 역사를 되새길 필요가 있어서다.

종교개혁의 현장을 돌아보는 동안 아쉬웠던 건 젊은 개신교인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지 안내원들조차 "(한인들이) 자녀를 데리고 오거나 학생들이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라고 말할 정도다.

종교개혁은 분명 공과(功過)가 있다. 하지만, 개신교의 가치가 어떤 식으로 지켜져 왔는지 배우는 건 너무 중요하다. 심오하고 방대한 종교개혁의 역사는 본래 교회가 함의한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오늘날 교회에는 젊은 세대가 줄고 있다. 심각한 위기다. 각종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종교개혁의 현장을 돌면서 왜 젊은층이 교회를 떠나는지 고민해봤다. 어쩌면 역사가 증명하는 교회의 가치를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가 아닐까.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가 무엇인가. 건물을 짓거나 교양강좌 식의 설교를 하고, 이벤트나 프로그램 등에 재정을 사용하는 건 너무 피상적이다. 오히려 그런 요소는 교회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사회에서 얻을 수 있다.

교회가 다음 세대를 세우겠다면 가치의 중량을 알려줘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젊은층이 종교개혁의 현장으로 가서 직접 그 역사를 접하고 사유할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 교회들이 재정도 분담하고 연합으로 프로그램도 개설해볼 수 있다. 차세대를 위한 투자는 '개별 교회'가 아닌 교계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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