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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유서 쓰고 담배피우던 남편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하고 머리 한 번만 쓸어 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이 새끼야, 돈 안 가져 왔는데 뭐 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하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1990년대 희대의 절도범 신창원은 그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밝혔다. 물론 그의 모든 범법행위의 책임을 전적으로 5학년 때 선생님께 돌릴 수는 없지만,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속담에 '구시화문(口是火門ㆍ말은 재앙의 근원)' 이란 말이 있고, 불교의 많은 계문 중 말과 관련된 조목이 거의 1/3에 해당할 정도로 부주의한 말은 우리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유하게 살던 남자가 파산을 하고 조그만 아파트로 옮겼다. 아내는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일을 해야 했고, 가족들 사이에 대화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어느 날, 아내는 "더 이상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고, 당장 본인부터 가족들에게 상냥한 인사를 건네기로 결심했다.



바로 그날 저녁, 부인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편을 발견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있었기 때문에 상냥한 인사를 건넬 기분이 전혀 아니었지만, 아침에 결심한 대로 남편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온 가족이 노력한 덕에 경제적 상황은 점점 나아졌고, 4~5년 후에는 모든 것이 파산 이전으로 회복되었다. 어느 날 저녁, 남편이 내민 눈물 젖은 편지를 보고 아내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5년 전 남편이 썼던 유서였다. 아내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던 그날 남편은 유서를 써 놓고 마지막 담배를 피우던 중이었다. 아내의 상냥한 인사는 그에게 용기를 주었고, 살아야 할 이유를 깨닫게 해주었다. 상냥한 말 한마디로 천냥 이상의 빚을 갚은 셈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일 수 있지만, 말은 재앙뿐만 아니라 복의 근원도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대종사께서는 말하는 것을 나팔 부는 것에 비유하셨다. "어떤 곡조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어떤 곡조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며, 어떤 곡조는 슬프게 하고, 어떤 곡조는 즐겁게 하며, 어떤 곡조는 화합하게 하고, 어떤 곡조는 다투게 하여, 그에 따라 죄와 복의 길이 나누이게 되나니라. 그대들은 모든 경계를 당하여 나팔을 불 때에, 항상 좋은 곡조로 천만 사람이 다 화하게 하며, 자기 일이나 공중의 일이 흥하게는 할지언정 서로 다투게 하고 망하게는 하지 않도록 하라. 그러하면, 그 나팔이 한량없는 복을 장만하는 좋은 악기가 되려니와 그렇지 못하면 그 나팔이 한량없는 죄를 불러들이는 장본이 되리라."

'구시화문''을 '구시화복문(口是火福門, 말은 재앙과 복의 근원)으로 바꿔 말씀하신 이유이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이 언어를 만들었지만, 결국 그 언어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라고 했다. 한 번 입을 떠난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말을 내뱉고, 글을 활자화하는 것은 신중하고 또 신중할 일이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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