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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방통대? 그것도 학교냐?"

정 찬 열 / 시인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학에서 초등학교까지 각종 동창회 소식이 들린다. 문득, 여러 동창 모임 가운데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어느 곳으로 가야 하나, 하는 물음이 스쳐 갔다. 사이버대학 동창 모임으로 가야지. 자문자답을 했다.

그렇다. 사이버대학이라는 개념조차 낯설던 시절, 나는 '한국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다. 서울대학교 부설이라는 말이 앞에 붙어있었다. 제1회 입학생이었다. 72105-12080, 처음 받아보는 학번이었다. 내가 대학생이 되다니. 가슴이 뛰었다. 시골 우리 동네 동갑 친구 중 반 이상이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가지 못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방송과 통신을 통해 공부하는 학교였다. 라디오를 듣고 공부를 했다. KBS방송이었는데 다른 프로그램에 밀려 새벽 두세 시에 수업이 방송되었다. 산골이라 그마저 주파수가 약해 교수의 목소리가 가물가물했다.

과제는 우편을 통해 제출하고 첨삭 지도를 받았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면 지정된 국립대학에 나가 출석 수업을 받았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공부하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출석 수업 때 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다.



나를 따르던 한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가 아버지에게 내 얘기를 했더니 어느 학교를 다니냐고 묻더란다. 방송통신대학이라고 대답했더니 그분이 "그것도 학교라느냐?" 해서 얼굴을 붉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개에게 물린 사람은 반나절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가고, 뱀에게 물린 사람은 3일 치료받고 돌아가지만, 사람의 말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도 학교라느냐"라는 말은 가슴에 화인으로 남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학교 같지도 않아 보이는 그 학교가 내게는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이었다. 나는 그 줄을 타고 올라가 마침내 새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만나게 되었다. 내 인생을 바꾸어준 통신대학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절이 바뀌었다. 바야흐로 사이버 시대다. 우리나라 사이버대학 제1호인 방송통신대학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격세지감이 들 만큼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통신기기의 발달로 전에 비해 훨씬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도 셀 수 없을 만큼 늘었다.

공부하는 분야도 다양하게 확장되었다. 학위를 위해 사이버대학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많지만 관심 있는 분야를 더 공부하기 위해 사이버대학을 가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적은 돈으로 효과적인 공부를 원하는 사람, 바쁜 일상에서도 시간을 쪼개어 자기 계발을 원하는 스마트한 사람이 선택하는 대학이 된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계절. 추운 겨울에 이불을 둘러쓰고 방송 강의를 듣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 사이버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수많은 분들을 함께 떠올린다.

통신대학 시절을 회상하면 한 폭의 수채화가 그려진다. 방송통신대학 동창회 모임 안내가 실렸는지 아침마다 신문을 살펴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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