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령의 퓨전에세이] 인격(人格)과 국격(國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던 한국 신문방송편집인회의 초청으로 토론회에 참석하여 아버지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느라 수고했다. 어떤 땐 결혼도 안 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판에서 나이 들어가고 있는 그녀가 딱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뭐 결혼이 다 냐’ 할 수도 있지만 정치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정치처럼 허접스러운 게 없다고 하기도 하니 말이다. 지금 그녀는 죄수다. 대통령에서 죄수, 진보파와 비판가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헌정을 파괴했다고 비난을 하고 있다.

한국 민주노총 등 60여개의 시민단체회원들이 몇 년 전 서울 여의도에서 민중대회를 가졌는데 대회가 끝난 후 일부 참가자들이 전국 경제인협회 회관으로 몰려가 박정희대통령의 휘호가 새겨진 준공기념비를 훼손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인 일이 있다. 이 기념비는 자연석에 새긴 창조, 번영, 협동이라는 휘호인데 붉은 스프레이로 칠해 놓았다. 이 휘호는 박정희 서거 10.26 바로 직전에 쓴 마지막 휘호여서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다고 했다.

그때 즈음해서 또 다른 사건이 있었다. 매헌 윤봉길 의사(義士)의 사당인 충남 예산군 덕산면 충의사(사적 229호) 현판을 몰래 떼어내어 세 조각을 낸 뒤 내다 버렸다. 이 사람은 박정희를 친일파라고 몰아부쳤다.

한 정치인의 정치이념을 이해하는 시각은 자유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도는 것, 그 관점은 변할 수 있다. 자신의 속단만으로 역사적문화재를 훼손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숭례문에 불 지른 사람,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어디 있는지 기회 있으면 한번 물어보고 싶다. 지금도 불 지르기 잘했다고 생각하느냐고.

중학시절 새로 지은 학교강당에 상아당(象牙堂)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손수 쓴 휘호를 내려주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 하와이 망명이 결정된 후 떼 내어 어쨌는지 궁금하다. 어린 나이에도 그 웅혼한 필치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중앙일보가 역대 대통령들의 휘호 경매가를 집계 발표한 적이 있었다. 대통령의 친필 휘호는 미술시장의 감초라고 한다. 거래총액을 기준으로 할 때 단연 박정희 전 대통령이 1위라고 했다. 뒤를 이어 이승만, 김대중, 김영삼, 윤보선 순이었다. 최규하,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도 거래가 없었고, 글씨 값은 글 쓴 사람의 지조, 행동, 사상에 좌우되는 것 같다.

그래서 대통령은 아니었더라도 안중근 의사의 글씨가 5억을 상회하고 있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글씨는 가격이 형성되지도 않았고, 김영삼 대통령의 글씨는 거래를 회피하고 있었으니 세상 참 공정한 것 같기도 하고 간사한 것 같기도 하다. 박정희의 5.16 쿠데타로 국가 개조와 경제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 우린 경제대국이 되었다. 지금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새마을운동을 따라하며 한국에 감사하고 있다고 한다. 머잖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것이다. 체력도 국력에 비례한다. 박정희대통령 그만 씹었으면 좋겠다. 이승만을 돌아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사적이나 문화재는 시대가 변해도 민중을 깨우치는 일을 한다. 그래서 또 국격 얘기가 나온다. 국격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요즈음 안팎으로 아쉬운 점 많다. 외상전문의 이국종씨와 김종대의원 사이, 인술과 인간사이, 인격과 국격 사이를 한참 아프게 방황하게 한다.

김령/시인, 화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