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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살찐 고양이들을 잡아야 한다

김종훈 / 경제부장

전문가들의 경제 전망은 자주 틀린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다. 요즘은 누구나 밝은 전망을 내놓는다.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2011년 이후 최고인 4%를 기록하며, 미국도 3%를 넘는다고 한다. 실업률도 계속 낮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설명을 잘 못하는 게 있다. 경제가 좋은데 왜 임금은 몇 년째 오르지 않을까?

지난 10월 미국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에 최저였다. 그런데 올 상반기 실질임금은 지난해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유를 설명한다. 노동생산성 증가세 둔화, 인플레이션 기대 약화, 고령층.여성 노동참여 증대 등 복잡하다. 간단히 말해 기업들이 돈을 더 벌면서도 직원 임금을 올리는 데 인색한 것 아닌가? 또 경제가 좋다지만 지난 3분기 미국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인 13조 달러에 달했다. 가구당 평균은 13만 달러가 넘어 지난해 가구당 중간소득 5만여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이중 공부한다고 쓴 학자금 빚이 1인당 5만 달러가 넘는다. 이런데 경제가 좋은가?

전문가들이 금융위기를 예상하지 못한 이유는 금융계의 욕심을 놓쳤기 때문이다. 무더기로 '깡통주택'이 될 것을 알고도 단기간에 막대한 수익을 노렸다. 부실 모기지 융자를 남발한 뒤 크게 한탕을 하고 발을 뺀 그들의 부도덕한 행태는 전망에 없었다.

지금 경제가 좋다는 전문가들과는 달리 미국 경제가 '붕괴' 됐다고 최근 주장한 학자가 있다. 이유는 빈부격차다. UC버클리대학 게이브리얼 저커만 교수는 1980~2014년 계층별 수입을 분석한 결과 하위 50%는 소득이 전혀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최하위 20%의 소득은 줄었다. 중산층 40%의 소득도 연 평균 1.2% 증가에 그쳐 평균 연 소득은 6만5300달러에 머물렀다. 반면 부유층 0.1%는 소득이 320% 늘어 평균 연 소득은 600만 달러였다. 최고 부유층 0.001%의 연 소득은 636%나 늘어 평균 연 소득은 1억2190만 달러였다. 이들 부유층은 대부분 대기업 소유주이거나 대주주들이다. 이들의 주머니로만 돈이 쌓여가니까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 아닌가? 정부는 법인세를 확 낮춰서 중산층을 돕겠다고 나섰다. 법인세를 덜 내면 기업들이 임금을 올리고,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한다. 글쎄다.



전문가들은 또 인공지능의 발달로 수억 명의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한다. 한 연구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최대 8억 명이 실직한다. 전 세계 노동력의 5분의 1, 미국 일자리 3분의 1이 없어진다. 물론 새 일자리도 생기지만 없어지는 것과는 직종이 다르다. 대량 실업사태를 피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경제 전망이 좋다고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인공지능에 따른 실업사태를 예고한다. 장기적으로 성장의 열매는 모두 부유층에게 돌아가고, 노동자이거나 스몰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실업과 폐업의 위기에 마음을 졸이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 성장의 열매가 공평하게 나뉘어지고, 인공지능의 도입에 다른 실업 사태도 막는 방법은 없을까?

현 경제 정책으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빈부격차로 '붕괴'된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저커만 교수에 따르면 대공황 직전 상위 1%는 소득의 25%를 갈취했다. 현재는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0%를 가져가고 있다. 조금만 더 심해지면 대공황 직전 수준이 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대기업 간부들의 최고 임금을 제한하는 '살찐 고양이법'이 논의되고 있다. '살찐 고양이'란 선거 때 정치 후원금을 내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들을 꼬집는 말이다. 살찐 고양이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경제는 그들만의 놀이터가 되고, 서민들은 고통 받는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살찐 고양이들을 잡는 경제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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