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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한인사회 성희롱도 돌아봐야

각종 대중 연설이나 강연, 또는 공식석상에서 발언자가 "여자 치마 길이와 연설은 짧을수록 좋다고 하더라"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LA지역 한인사회 단체장들이 한 경우도 적지 않았고 LA를 방문한 전직 대통령 가운데서도 동포간담회 자리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남녀노소 모두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웃으며 지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시대가 변했다.



지난달 27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JSA 장병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이 같은 표현을 썼다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는 언론 보도로 곤혹을 치렀다.

미국에서도 연일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에 관계된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크게 다뤄지고 있다. 영화계, 방송계, 언론계, 체육계 등 전방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이런 뉴스는 경제계로, 일반인의 직장과 일터로 더 확산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미국사회에서 왜 갑자기 이런 일이 터져 나와 이슈가 되는 것일까?

여론조사기관 바나(Barna)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그 원인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나는 지난달 중순, 성희롱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과 태도에 대해 전국적인 조사를 펼쳐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응답자의 30%, 즉 10명 중 3명은 성희롱 피해를 보고도 두려움이나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믿어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4명 중 1명 꼴인 25%는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신고하고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일처리를 해줄지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대답도 13%를 기록했다.

심지어 10명에 1명은 자신에게 행해진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고 답했다. 여기에 여론이나 사회적 비판에 대한 두려움(9%), 개인 명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두려움(6%), 신고하지 말라는 사회적 압박(3%)도 피해자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즉 고정관념과 관습,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도 남성 중심이나 계급(지위) 중심 사회를 유지하고 있고, 따라서 이를 깨부수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피해자의 개인적인 용기와, 신고됐을 경우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될 경우에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그 시스템 역할을 감당하면서 피해자들의 용기를 끌어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지금 폭로되는 각종 성범죄는 끊임없이 저질러져 왔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지만 '보이지 않는 권력'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것뿐이다.

가해자 측은 자신들의 위치에서 때로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못하고, 또 때로는 명백히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현실과, '똥이 무서워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위로 섞인 자기합리화로 울분을 삭여야 했을 것이다. 일부 전문가가 성 관련 범죄 피해자를 '생존자'로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고통스럽고 처절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봇물 터지듯 감춰졌던 치부가 드러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지는 중이다.

이제는 한인사회 차례다. 한인 단체와 기관, 회사, 사업체 등에서, 특히 한국적 가부장적 사고로 행해졌던 수많은 성범죄 가해자들이 드러나야 할 때다. 이제는 한인사회의 성범죄자들이 청소될 차례다.


김병일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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