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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서먹함 깬 '군대 얘기'

박영혜 / 리버사이드
박영혜 / 리버사이드 

[LA중앙일보] 발행 2017/12/04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17/12/03 15:06

지난 추석에 남편은 거의 20여 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부모님도 안 계시고 긴 비행시간도 싫다 했었다. 그러나 한국의 추석 연휴도 길다는데 형제들 만나기 편할 것 같았다.

나는 친정 측 결혼식도 추석 가까이에 있어 방문을 계획했다. 추석 임박해 나중에 온 남편과 형제들 모두가 5, 6년 전 귀농으로 사과 과수원을 하는 경북 둘째 시동생 집에 모이기로 했다. 형제들 가족 이삼십여 명이 한 곳에 모여 먹고 자기는 쉽지 않다. 작은집은 폐 분교 사택을 대충 개조한 집이라 온 형제들 가족이 모일 만한 장소였다.

서울에서 시골로 가는 길은 포장도 잘 되어 있고 내비게이션은 자세하고 편리했다.

자동차에는 운전을 하는 막내 시동생과 남편, 말년 휴가를 나온 막내 시동생의 아들 조카, 나 외에 공통점은 대한민국 국방의 의무를 다한 세 남자들이 탔다.

세 남자들의 이야기는 군대 이야기로 시작됐다. 남편의 논산 훈련소 이야기, 시동생의 겨울 최전방 근무 이야기, 조카의 탈영하고 싶었던 힘든 행군 이야기를 들었다. 남편은 옛날 군대 급식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 우공 도강탕을 아느냐"고 물었다. 소가 강을 건너간 물로 끓인 것 같은 쇠고깃국이 우공 도강탕이라고 했다. 우(牛)는 소 우자, 공(公)은 소의 높임말. 소가 잠깐 강을 건너간 것 같은 국 즉, 쇠고기는 없고 쇠기름이 좀 떠 있는 쇠고깃국이라는 것이었다.

남편과 막내 시동생은 열다섯 살 차이다. 남편과 조카는 50여 년의 연령차이지만 처음 만난 큰 아버지와 어린 조카가 군대라는 공통 경험 이야기로 서너 시간 만에 거리감을 허물었다. 제일 큰 아버지인 남편과 조카는 처음 만남이나 공통 화제로 너무 어려워하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나 공통 경험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편하게 하기도 한다. 지난 추석 한국 방문은 즐겁고 아름다운 사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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