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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보시와 보시바라밀

정(情)이란 말은 '남을 염려하여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이라는 뜻도 품고 있다. 그 '정'의 발현 중 하나가 '나눔'이며, 삶의 소중한 가치인 보편적 정서이다.

그 '나눔'을 불가에서는 '보시'라고 한다.

보시는 곤란에 처한 타인이나 단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사회와 여러 인연에 대해 행하는, 조건 없는 나눔과 봉사, 헌신 등을 일컫는다.

간혹 보시행을 '베푼다'고 하는데, 그 말 속에는 상하종속의 차별과 아만이 작용할 여지가 있어, 요즘은 횡적 평등을 나타내는 '나눈다'는 말로 대신한다.



보시에는 보통, 자기소유를 필요한 사람이나 공동체에 능력에 따라 나누는 재(財)보시. 설법이나 교육을 통해 불교교의를 남에게 전하는 법(法)보시. 따뜻한 언행으로 곤경에 처한 타인을 위로하고 안정을 찾도록 돕는 무외시(無畏施) 세 가지가 있다.

그밖에 재능보시, 자원봉사 등 많은 종류의 보시가 있다. 그중에서 법보시를 최상의 보시로 여기지만, 보시라면 주로 재보시를 든다.

통상 세간의 보시를 불순한 '부정시'로 치부한다. 보시행의 심리적 배후에 상대적 우월감과 생색, 속된 명리와 사후세계를 위한 공덕, 보시가 주는 즐거움과 보답에 대한 기대까지, 은연중 반대급부를 바라는 번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시로는 사후 좋은 몸은 받겠지만, 해탈에 이르지는 못한다.

반면에 그렇게 똬리 튼 번뇌의 속박에서 자유로운 '보시바라밀'을 순수하다 해서 정시(淨施)라 한다.

보시바라밀은 실천수행덕목인 육바라밀 중 첫째 덕목으로, 탐욕과 이기심을 들어내는 '수행'이다. 동시에 동체대비의 '공감고통'을 통해, 테두리 없는 중생구제가 목표인 이타정신의 극치이다.

'바라밀'은 범어 'paramita'의 한자 음사이다. '피안에 이른다'는 말로, 줄이면 '완성'이란 의미이다.

'보시의 완성'은 삼륜청정(三輪淸淨) 즉, 보시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인 보시하는 마음과 보시물, 보시 받는 마음이 모두 청정무구해야 이루어진다.

보시의 청정성을 무주상(無住相)보시라 한다.

삼륜에 머물(집착) 바 없는, 여타 번뇌에 붙잡히지 않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마땅히 머물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는 보시를 말한다.

그 '마음'은 삼륜 각각에 불변한 실체의 부재, 그래서 어디에고 집착할 일 없다는 공성(空性)의 철저한 통찰에서 나온다. 공의 시여이며 종교적 윤리이다.

한마디로, 보시바라밀이란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도 모르게, 내가 하는 일을 나도 모르게 하라는 공의 지상명령이라 하겠다.

이런들 저런들, 소쿠리에 물을 담고 달리는 사람아.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 마지막 입고 갈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펴진 손 말아 쥐지 못해도 문제요, 말아 쥔 손 펴지 못해도 문제다. 쥘수록 모자라고 펴면 넘친다. 쥔 것은 없어지고 준 것은 남는다. 할!

안팎으로 '네 것이 너무 많다.'

musagusa@naver.com


박재욱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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