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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먹기 위해 사나, 살기 위해 먹나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먹자, 먹자, 온통 먹자판이다. 한국 TV방송은 채널만 돌리면 소위 '먹방'이다. 고상한 산천기행 프로나, 산속에서 혼자 사는 애잔한 스토리나 결국은 먹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카메라 앵글은 스크린 속 맛을 화면 밖으로 살려내는 요술을 부려 침샘을 자극한다.

맛을 장려하는 '공익' 방송에 격려 받은 이들은 곳곳의 맛집을 탐색한다. 요리에 취미 없던 남자들까지 주방으로 불러낸다. 가히 전 국민이 맛의 달인이요, 요리사가 되어가는 시절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헷갈린다.

캘리포니아 솔크 연구소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람들의 하루 일상을 분석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이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절반 정도는 잠 자기 전 2시간 내에도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본인이 잘 의식하지도 못하면서 줄기차게 '먹어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시간제한 다이어트'인데 먹는 시간대를 하루 10~12시간(예를 들어 아침 8시~저녁 8시)으로 줄이기만 해도 체중 감량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이다.



자고로 한의학에선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했다. 음식과 약의 근원은 같다는 것이다. 잘 먹으면 보약이 되지만 잘못 먹으면 독이 되어 병을 부른다는 의미다.

식약동원은 지금도 불변의 진리다. You are what you eat 이라는 표현이 있다.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라는 뜻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건강.표정.피부.성격.수명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먹는다는 행위, 과연 우리는 생각이나 좀 하면서 먹는 것일까. 입이 원하는 대로 먹어주면 몸에 좋은 것일까.

우리 몸으로 흡수되는 외부의 물질은 크게 두 가지다. 음식과 공기다. 공기는 산속으로 들어가 살지 않는 이상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음식은 나를 살리기도 병들게도 하는 것인데 내가 조절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음식을 조절.통제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먹으면 몸이 알아서 다 소화시켜주고 흡수하고 배설해주는 것 아닌가. 절반 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먹은 것에서 필요한 것을 흡수하고 불필요하고 나쁜 것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몸은 엄청난 사투를 벌여야 한다. 먹은 것을 체로 거르듯 스무스하게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대량생산된 채소.육류에 스며든 농약.항생제.성장촉진제, 각종 제조식품의 식품첨가물, 온갖 종류의 약, 이런 것들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흡수 과정에서 국경수비대 역할을 하는 면역체계가 시달릴 수밖에 없다. 매일 그런 게 반복된다고 생각해보라. 그래서 음식은 만병의 원인이고, 만병의 치료제다.

먹는 것의 중요함이 이러할진대 실상은 어떤가. 입맛 당기는 대로 먹는다. 가공된 맛에 '중독' 되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몸을 해치는 정도만 다를 뿐 술.담배.마약이 당긴다고 흡입하는 것이나 본질은 같다.

하나 더. 적어도 먹는 것은 싼 것만 찾지 말자. 비교적 비싼 값의 유기농 식재료를 주로 취급하는 홀푸즈마켓이나 트레이더조에서 꼼꼼하게 식품을 살펴보고 구입하는 백인들이 많다. 한인 마켓에선 유기농 채소 코너가 없거나 있더라도 고객의 손길이 닿지 않아 시들시들한 장면이 대조적이다.

다른 데서 아껴서 먹는 것은 비싸더라도 몸에 좋은 것을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먹는 것은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먹기 위해 살지 말고 살기 위해 먹자.


이원영 / 논설실장·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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