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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악플'도 표현의 자유일까

홍희정 / 경제부 기자
홍희정 / 경제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7/12/07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7/12/06 20:11

최근 배우 배용준 박수진 부부가 신생아 중환자실 특혜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첫 아들을 조산했을 때 이들이 인큐베이터를 새치기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된 병실에 조부모가 수시로 드나들어 따가운 시선을 면치 못한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이들 부부와 병원은 정해진 규율을 어겼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하다. 하지만 일부에선 마녀사냥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해당 사건의 팩트와는 전혀 관련 없는, 재벌과 결혼한 것에 대한 비난에서부터 가정사, 학벌, 심지어 갓 태어난 아기까지 비난 대상에 오른 것이다.

비판과 비난은 엄연히 다른 것임에도 불구, 일부 네티즌들은 마치 화풀이 대상을 찾은 마냥 한 사람의 인격을 마구 헐뜯는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퍼붓고 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언론사들은 네티즌들의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익명 댓글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아도 되기에 좀 더 과감하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인터넷은 현재까지도 찬반의 장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익명이란 가면 뒤에 얼굴을 감춘 채 지나친 악플을 게시하는 네티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악성댓글의 수위는 상상 그 이상인데, '자살이나 할 것이지', '죽어도 싸다', '매춘녀처럼 생겼다'는 등의 지나친 악플이 난무하다.

일각에선 '무시하면 그만이다', '무플보다 낫지 않느냐'는 말도 하지만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찌 그게 말처럼 쉬우랴.

특히 자신에게 쏟아지는 악플은 다 참아낼 수 있어도 그 불똥이 부모, 배우자, 자식에게까지 튀어 가족이 상처를 받을 때, 그 상실감과 자괴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눈물을 쏟은 이들도 많다.

최근에는 고소를 통해 법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도 많아졌지만 근거 없는 비방과 인신 공격성 악플로 받은 모욕감과 치욕감 등의 정신적 피해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건이 화제가 되면 군중심리에 휩쓸려 특정 대상에게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작은 말에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게 감정을 소유한 사람이지 않은가. 내가 무심코 공격하고 있는 상대방 역시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불현듯 지난 2000년 발매된 서태지 6집의 '인터넷 전쟁'이 귓가에 맴돈다.

"상대 그 녀석이 맘을 다치던 무식한 넌 따로 지껄이고 /경직된 넌 침 튀면서 무식한 억지만 늘어놨고…" 한창 '밀레니엄 시대'라 불리던 그때, 인터넷 보급으로 비롯된 사회 문제를 조명한 서태지의 날카로운 가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곡이 지난 7월, 두 힙합 뮤지션의 목소리로 새롭게 탄생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 전쟁'이 리메이크 됐다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악성댓글이 판치는 인터넷 전쟁이 여전한 사회적 문제라는 걸 시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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