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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시니어 골퍼의 단상

[텍사스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12/08 13:50

정만진
2017년 텍사스 중앙일보 한인 예술대전 문학부문 가작
peterjung49@naver.com
LNG Specialist

오십이 가까운 나이에 골프에 입문했다.
골프를 늦게 배우게 된 데는 정치와 사회 분위기에 따라 자주 바뀌는 고무줄 같은 공직자의 윤리 기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실내연습장에서 레슨을 받으며 그립과 셑업 자세를 배운 후 열심히 연습 볼을 쳤다. 골프채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자세가 흐트러져 뒤땅을 치노라면 손과 허리가 아팠지만, 3개월을 꾸준히 연습하며 버텨냈다. 초보자에게는 기본자세가 중요하고 연습량이 많을수록 필드에서 좋은 샷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 골퍼가 처음으로 18홀 골프코스에 나가는 것을 “머리를 얹는다”라고 말하는데, 왜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진땀을 흘렸던 그때를 회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샷에 일관성이 없다 보니 사방으로 뛰어다녀야만 했고, OBOut of Bound도 많이 나고 점수도 100을 훨씬 넘어 셀 수가 없었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같이 라운딩해 준 동료들이 고맙고 미안하다. 그래서 교우 박 프로의 머리를 얹어주러 나갔을 때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100을 깨고, 잉꼬부부가 함께 즐기고 있으니 기쁘다. 나도 아내가 허리 수술을 하기 전에는 함께 라운딩 했고, 뜸하지만 두아들과 며느리도 함께 했었다.

휴스턴은 골프 천국이다. 시니어에게는 더욱 그렇다. 2004년 주재원으로 부임 시 주변에 200여 개 골프장이 있다고 들었다. 그 당시 한국 전체에 있던 골프장과 같은 수준이었다. 퍼블릭 골프장이 많다 보니 페어웨이와 그린 상태가 많이 떨어지고, 캐디가 없어서 그린까지의 거리나 그린 라이의 상태를 직접 가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비하면 반의반도 안되는 가격에 '투어 18' 같은 골프장에서 마음껏 할 수 있어 좋았다. 요즘은 '보이스 캐디'등 핸디 측정기가 있어 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바로 바로 알 수 있다.
골프 하기 좋은 12월이 왔다. 내년 3월까지 4개월 정도는 골프 마니아들에게 더없는 호시절이다. 이곳은 바다와 가까워서 습기가 많고 한여름에는 낮 기온이 90도 이상 되기 때문에 겨울이 좋다. 한국에서는 90개를 치는 보기 플레이어였는데, 일주일에 한 번 필드에 꾸준히 나가는 데도 타수가 줄기는커녕 100개 가까이 칠 때가 많다. 골프를 망치는 헤드 업Head-up과 스웨이Sway를 밥 먹듯 반복하기 때문이다.
골프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혀서 하는 운동이다. 머릿속에는 벤 호건Ben Hogan의 골프 레슨이나 유명 프로선수들의 이런저런 가르침으로 꽉 차 있으나,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고, 샷을 일관되게 하기 위해서는 연습을 꾸준히 해서 몸에 배야 하는데 연습은 안 하고 점수만 잘 나오길 바라는 놀부 욕심만 앞섰다.

2005년 11월 12일은 내 골프 인생에서 Hole in One을 기록한 기쁜 날이다. 골프에 입문한 지 10년 만에 이룬 경사로, 보기 플레이어Bogey player인 내가 싱글골퍼들도 맛보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했으니 커다란 행운이었다. 최근에 문을 닫았지만 집 근처에 있는 Pine Crest GC, 17번 홀, Par3-185야드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그린에 떨어진 후 굴러가서 홀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휴스턴 크로니클Houston Chronicle에 보도된 스크랩과 홀인원 패를 보물처럼 갖고 있다. 골퍼들이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동반자가 외치는 "나이스 파", "나이스 버디"이다. 버디Birdie라는 말은 새, 특히 작은 새를 말하는데, 1930년대 애틀랜타 출신의 스미스라는 골퍼가 파Par보다 1타 적게 스코어를 기록하며 홀아웃을 하고는 "It's a shot of birdie!" 즉, 새와 같이 샷이 날아갔다고 좋아한 데에서 버디라는 용어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무릇 인간관계는 초록동색草綠同色이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하는데, 골프 Buddy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활동이 다양하지 않은 이곳에서 골프는 최고의 친교 수단이다. 가스공사 후배나 성당 교우들과도 자주 라운딩하지만, 지난 10여 년 간 꾸준히 같이하는 골프 버디는 해양기술자 모임인 KOEA의 원로 기술자들이다. 모두 네 사람인데 지금까지는 2주에 한 번 어울렸으나, 내년부터는 매주 하기로 했다. 맏형인 원 프로는 칠십 대 중반을 넘기셨지만, 건강과 자기 관리에 엄격하신 분으로 아내 사랑이 남다르다. 후배로서 본받을 점이 많다. 항상 기복 없이 80대 중반을 치시는데 최근에 혼마 드라이버로 무장하셨다. 둘째 형님인 김 프로도 칠십 대 중반의 다정다감하신 분이다. 손주를 봐주느라 한동안 뜸했지만, 차밍한 스윙으로 90대 중반을 치신다. 드라이버샷은 정말 멋있다. 나도 두 분처럼 건강하게 노후를 즐기고 싶다.
딸바보인 막내 윤 프로도 은퇴를 해서 골프는 물론 모형 비행기도 날리고, 스피드를 즐기는 오토바이 마니아인데 아직 완전한 시니어 레잇Rate은 못 받고 있다. 80대 초반 실력으로 드라이버샷이 엄청나서 자주 우드를 잡는데 우리의 드라이버샷보다도 멀리 나간다. 나보다 한살이 적은 유 프로는 배려심이 남다르고, 부부가 함께 여행을 즐긴다. 나와는 제일 먼저 인연을 맺었는데 2005년 5월 해양기술회의OTC에서 처음 만났을 때 풍기는 인상 때문에 중국인으로 착각하고 영어로 말을 트던 때가 생각나 웃음이 절로 난다. 나와 비슷한 90대 중반이나 혼마로 무장한 후 부쩍 나를 긴장시킨다. 라운딩 후 버디들과 식사하며 나누는 '시류한담'時流閑談도 빼 놀 수 없는 삶의 활력소다.

흔히 골프를 인생살이와 닮은 스포츠라고 말하는 데, 18홀 코스를 돌다 보면 4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티샷을 잘 날려 놓고도 아이언샷을 잘못해 해저드에 빠뜨리고, 그린 주위에서 어프로치를 잘못하거나 그린에 잘 올려놓고도 퍼팅을 놓쳐 게임을 망치는 등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다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운딩 중에는 겸손과 자기 성찰 속에서 베스트 스코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내 인생 모토Moto 와도 통하기에, 오늘도 연민을 안고 골프장으로 향한다. 굳삿! 오잘공!오늘 제일 잘 친 공 소리를 몇 번이나 들으려나 기대하면서.

정만진
2017년 텍사스 중앙일보 한인 예술대전 문학부문 가작
peterjung49@naver.com
LNG Spe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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