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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세이] 넷플릭스의 성공과 한인 경제

넷플릭스가 나올 당시 미국의 비디오 시장은 매장에 가서 영화를 빌려오던 형태였다.

넷플릭스가 들고나온 모델은 집에서 주문하면 우편으로 DVD를 보내주는 방법이었다.

그러다 동영상 전달기술과 매체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넷플릭스의 모델은 영화를 집에서 다운로드해서 보는 방식으로까지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전통 매장 방식의 대여업체들의 경영진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이런 식의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누가 영화를 보기 위해 우편으로 올 때까지 기다린단 말이야. 우리는 지점망을 더 늘려 고객 근접성을 향상시켜 바로 와서 영화를 선택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중장년층은 귀찮아서 다운로드 같은 건 하기가 힘들걸.' '스트리밍 기술은 중간에 끊기는 등 고객을 짜증 나게 할 거야.'

뒤돌아보면 이런 대화가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알지만, 아직 넷플릭스가 신생기업인 시절에는 그럴듯하게 들렸을 것이다.

잘못된 것은 경쟁자 분석이나 대응이 아니라, 현재 잘되고 있는 스스로의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지나치다가 새로운 시대변화를 놓쳐버린 착시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큰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수도 없이 생긴다. 애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노키아가 그랬고, 아마존 이후 어려워진 시어스가 그랬고, 요즘에 와서는 우버의 등장으로 일반 택시업계가 그렇다.

그런데 눈을 안으로 돌리면 우리 한인타운의 많은 사업체가 겪고 있는 고민도 이런 시대의 혁명적 변화가 가져오는 고통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미국경제 지표에도 불구하고 한숨을 쉬거나 경제지표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냥 지금 하던 방식을 열심히 해서 풀어나갈 수 없는 새로운 모델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금 거의 대부분의 산업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의 수직적 제조·유통 중심에서 소비자와 생산유통자가 교류하는 수평적, 입체적, 복합적 모델로 바꾸고 있다. 이로써 소비자는 내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기 위해 쏟았던 조사비용을 대폭 줄이는 한편 생산자나 유통업에서는 효율성을 올리는 혁신이 일어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전통 모델에 속한 사업자에게는 변화 아니면 도태라는 그림자가 생겼다. 변화가 답이지만 두 가지 이유로 해서 변화하기 쉽지 않다. 발상의 전환과 투자의 규모다.

넷플릭스가 나왔을 때 전통매장 중심의 블록버스터 같은 회사의 경우처럼 현재의 내 방식이 잘 돼가고 있는데 그 모델을 바꾸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변하겠다고 하면 창업 이상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전통모델형 기업은 그냥 버티기 경영을 하기 쉽다.

안타깝게도 바로 이 현실이 왜 미국경제는 초안정적 호황을 누리는데 우리 한인타운은 힘든가를 설명하는 한 가지 이유다. 발상의 전환도 과감한 투자도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에 때로는 급격히 때로는 서서히 내 사업의 경쟁력이 사라져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다행히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사업체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타인종에게 명소가 된 한인 식당이나, 의류시장의 초강자로 올라선 기업, 부동산 시장의 구도를 바꿔 가는 그룹을 보면 바로 우리의 미래가 보인다.

이들은 왜 미국 경기가 좋은데 내 사업은 어려우냐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를 앞서 받아들이는 생각에 여념이 없다.

넷플릭스가 나오던 시절의 기존 강자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한인경제가 나갈 길을 볼 수 있다.


최운화 / 유니티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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