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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올해의 인물 '미투 운동'

[LA중앙일보] 발행 2017/12/12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7/12/11 18:06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단 한 명이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작품이기 때문에 등장인물 한 명에게만 대사를 주고 유성영화 제작을 실험한 것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한 명이 '일렉트로 스틸'이라는 회사의 사장이라는 점이다. 사장은 사장실에 앉아 모니터로 작업을 지시하는데 이 장면은 목소리를 가진 자가 권력을 갖고 있음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성추행을 고발한 '미투 운동' 참여자를 뽑았다. 시사주간지의 힘이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하지만 '미투 운동'은 올해의 인물로 뽑힐 자격이 충분하다.

지난 10월 할리우드의 살아있는 전설인 하비 와이스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촉발된 사건은 처음부터 진행 양상이 전혀 달랐다. 섹스 스캔들로 불리는 성 추문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대개는 한 개인의 차원에서 끝났다. 세상을 그토록 떠들썩하게 했던 빌 클린턴의 성 추문도 최종적으로 개인 차원에서 종결됐다. 시끄러웠지만 찻잔 안의 태풍일 뿐이었다. 멀리 가야 힐러리 클린턴의 아픔 정도였고 모니카 르윈스키는 또 다른 의미의 유명인이 되었다. 대통령과 인턴이라는 권력 관계는 사라지고 관련된 개인만 남았다.

와인스틴 사건은 폭로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거대한 폭풍으로 퍼져나갔다. '나도 그런 일을 겪었다'는 고백은 거대한 바다를 이루었다. 이들의 주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우월한 지위를 앞세워 힘으로 내 몸을 마음대로 하려 했다는 권력 관계에 대한 자각과 공감대다. 이 두 가지 공통점 때문에 와인스틴 사건은 성추문을 넘어 운동이 되었고 연예계를 넘어 언론, 정계, 행정부, 재계, 유명 셰프 등 전방위로 확산했다. 11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주장이 다시 나오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미투 운동에 특별한 스타가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폭로 초반에 연예계 스타가 몇 명 등장했지만 주인공은 지금껏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수백만 명에 이르는 평범한 약자였다. 권력자만 목소리를 갖던 '모던 타임즈'의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목소리가 권력을 가지려면 귀담아 들어주는 귀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외쳐도 듣는 이가 없으면 묵음에 불과하다. 이름도 없는 이들이 대부분인 수백만 명이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자 이 목소리를 듣는 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투 운동은 권력이 목소리를 독점하지 못한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미투 운동은 스캔들의 호들갑이나 약자의 저항을 넘어섰다. 앨 프랭큰 상원의원을 포함한 정치인의 사퇴와 유명인의 몰락 같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이미 제도적 변화로 옮겨가고 있다. 연방하원에서는 의회책임법 개정 방침이 나왔다. 성희롱으로 기소된 의원이 합의한 내용을 비밀에 부치고 합의 비용은 의회 예산을 사용하는 조항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성희롱 예방 교육 의무화 결의안도 나왔다.

영국에서는 평등인권위원회가 기업에 사내 성추행 근절 시스템을 설명하라며 공식적으로 개입했다. "성추행이 전 산업에 만연하다"는 진단과 함께 "책임은 지도부에 있다"고 못 박았다.

제도적 변화가 나오는 데는 계속되는 고백과 폭로의 압박 때문이다. 성추행 폭로가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락을 지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부담이 제도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다음 성추행 폭로 대상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도 변화 외에는 분노를 잠재울 방법이 없다. 미투 운동은 어쩔 수 없을 때만 바뀌는 권력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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