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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을이 필요하다” (It Takes a Village)

무국적 입양인 양국 모두에 불편한 이슈

입양인 시민권법 미 의회 통과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 공동의 노력 절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한국출신 입양인들은 엄밀히 말해 '무국적' 상태는 아니다. 한국 국적의 박탈은 입양국 국적 취득을 전제로 한다. 미국 시민권을 못받았으니, 출생시 취득한 한국 국적은 그대로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현대 사회에서 '권리를 가질 권리'로 불리는 정작 필요한 국적은 없고, 보유한 국적은 권리 보호에 도움이 안 되니, 무국적 상태와 같다는 진단이 일리가 있다.

지난해 11월 추방된 입양인 아담 크랩서는 IR-4 비자로 미국 입국시 영주권을 받았다. 오레곤 주법원에서 최종입양판결도 받았다. 이 판결로 Certificate of Foreign Birth는 발급되었으나, 이 출생증명서가 바로 시민권의 증명은 될 수 없었다. 입양기관도, 입양부모도, 입양판결을 내린 주법원 판사도, 오레곤주 아동복지부서도 아담의 시민권 취득절차를 책임지지 않았다. 그는 시민권도 없고, 영주권은 기간이 만료된 상태로 살아왔다. 2011년 미국으로 함께 왔다가 헤어진 누나와 재회해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으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우선은 영주권 재발급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이민국에 이를 신청하였다가, 그 심사 과정에서 추방결정이 내려졌다. 이미 자녀가 있는 가정을 꾸리고 있던 아담에게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얼마나 많은 각기 다른 상황의 '아담'이 미국에 존재하는지 정확한 실태도 파악되지 않는다. 다행히 입양인 권리 단체와 한인 사회가 협력하여 '입양인 시민권법'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 법이 모든 사례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다(제4회 입양인시민권법에 대한 기고 참조). 한국 정부는 이들이 자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몰랐고, 이들의 복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도 거의 없는 초라한 입장이다. 추방명령을 받으면 한국 입국을 위한 여행서류를 발급해 주는 게 다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이름만 본국이지 사실상 ‘외국으로의 추방'을 도와주는 꼴이다. 자국 국민 보호를 위해서 미국이 시민권을 부여해주기를 요청해야 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미국 정부 또한 어린 '고아'들에게는 무책임할 정도로 느슨하게 입국을 허용해 놓고, 성인이 된 후에는 이들을 가차없이 추방한다. 미국내 'adoption community'라고 불리는 입양부모와 입양기관 중심의 여론 주도 집단도 추방 입양인 문제는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기류가 강하다. 결국 시민권 미취득 입양인들의 인권문제는 한미 양국 정부에 매우 불편한 이슈이다.

지난 12월 1일 고려대에서 스타브로스 램브리니디스 유럽연합(EU) 인권 특별대표는 이런 진단을 내놓았다. "세계 어디에도 인권에 대해 완벽한 나라는 없다. 하지만 각국 정부의 인권정책 수준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테스트는 존재한다." 그러면서 그 테스트는 "정부가 당면한 인권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자세를 보이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많은 나라에서 자국의 문제는 카펫 아래 쓸어 넣고 모르는 체 하면서,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외교정책으로 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정부가 올바른 태도를 취하도록 이끄는 힘은 그 나라 시민사회, 언론, 독립적 전문가 그룹이 만들어 내야 한다.



케이스도 수집해야 하고, 각기 다른 사례에 맞는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문제 해결에 법적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고 비용이 든다면, 그런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입양인 시민권법의 미 의회 통과도 한국의 정치권과 한인 사회가 나서서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문제이니만큼, 그 해결과정이 간단할 리 없다. 그야말로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한인사회 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데, 제가 조언이나 정보를 드릴 수 있도록 연계를 원하는 분들이 계시면, 얼마든지 협력할 의사가 있으니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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