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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존재(存在) -임창현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12/13 14:03

내게
어머니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날,
그때부터 어머니는 존재하더라.


그때부터 시작하더라, 인생은
어머니가 없는 겨울, 이 빈칸


어미의 둥지에서 떠나
어둠 처음 만났던 새도
밤하늘 두려웠을까


외로움은 날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어느 날,
불현 듯 어느 날, 나도
어머니 곁 가게 되리라.

절실한 것이 막상 부재할 때 존재를 더 필요로 하게 되고 절감하는 것. 그렇다.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절실한 존재의 실체는 돈보다도 어머니라는 울타리이리라. 장성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머니를 대신한 아내라는 존재는 돈보다도 더 최상 최적의 배필이리라. 그게 바로 better half던가.
건강과 돈, 그것은 그 다음쯤이 아닐까. 그래서 사랑과 죽음이 문학의 영원한 테제요 화두(話頭)리라. 막상 어머니가 생존하시어 가까이 계셨을 때는 몰랐던 절대의 존재, 그 무게. 그러나 여의고 난 후의 그 빈칸은 우주처럼 거대한 공허로 밀려오는 것이다. 바로 그제서야 어머니의 존재와 필요가 실존한다. 어찌 보면 바로 그때부터 참으로 혼자 가야할 인생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대역, 그 반쪽이 다시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꾸어줄 때까지. 그러나 그 반쪽은 완벽한 반쪽(better)일 수도 있고 아닐(bitter)수도 있다.
어머니를 잃었던 날, 그 첫날의 공허와 두려움, 그것을 시인은 새에게도 바꾸어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미의 둥지로부터 떨어져 나온 새도 그 첫 밤은 어두운 하늘이 두려웠을까-.
외로움이란 두려운 것이다. 더러는 무섭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출생에서 종멸(終滅)에 이르기까지 단지 그렇게 외로울 뿐이다.
삶이란 외로움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런 게 존재의 존재요, 존재의 부존재 아니던가. 누구나 다 앞서 가신 어머니 곁 가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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