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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더 착해져야 어른이다

김종훈 / 경제부장

또 한 해를 보내며 어떤 다짐으로 올해를 마무리할 지 생각했다. 나이가 50을 훌쩍 넘다 보니 이제 '어른'이 되야 할 터인데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다짐은 어른이 되자는 걸로 했다. 그런데 어른이 무언가 싶다.

누구나 나이를 많이 먹는다고 더 똑똑해지고, 슬기로워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머리가 굳고 생각이 낡아지기 쉽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롭고 올바른 생각을 가다듬지 않으면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그런데 더 큰 잘못은 못된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삶에 지치고 찌든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만 생각하고, 속이 좁아지고, 잔꾀가 늘고, 너그러움이 없어진다. 하지만 못된 사람이 되는 탓을 힘든 삶에만 돌릴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도 뜻이 있고 힘을 다하면 착해질 수 있다.

내 집과 작은 마을에서부터 큰 나라에 이르기까지 모두 어른들이 이끈다. 그런 어른들이 못된 사람들이라면 모두 힘겨울 수 밖에 없다. 착한 척 해봐야 쓸데 없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착하기 만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나이가 들면서 착하지 않으면 못된 곳으로 사람들을 이끌게 된다.



어릴 때부터 "성공해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착하게 살아라"는 말은 점점 듣기 어려워졌다. 어른들이 착하지 않으니 아이들에게 그런 가르침을 주기 힘든 것 아닐까? 나라의 어른이 되야 할 사람들이 온갖 거짓말과 막말을 일삼고, 돈과 힘을 쫓아 움직이는 걸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착한 어른이 도대체 어디 있는지 알고 싶지 않을까?

착하다고 바보가 되야 하는 건 아니다.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만 하라"고 힘차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을 보듬어줄 수 있다. 너그러움은 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큰 잘못도 없는 데 슬퍼진 이들에게 베풀어야 맞다. 착하다고 잘못에 눈을 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어진 눈을 더 크게 뜨고 바라보며 고쳐야 한다. 잔꾀는 없애는 대신 잘못을 바로잡을 슬기로움은 키워야 한다.

우리 삶의 작은 틈에서도 착한 발자취를 남겨야 한다. 내 말과 몸짓, 모자란 생각이 다른 이에겐 아픔이 되지 않았을지, 다른 이에게 기쁨을 주는데 주저하지 않았는지 찬찬히 따져 보며 살아야 한다.

이렇게 뻔한 얘기는 왜 하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우리는 그다지 '착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못된 정권과 사람들에 맞서 '촛불'을 들 수 밖에 없었다. 미국에서도 성추행에 시달린 이들이 '미투(Me Too)' 운동을 이어갈 수 밖에 없고. 미국인이 되기를 바라는 서류미비 청년 '드리머'들이 거리에 나서 목청을 높일 수 밖에 없다. 테러와 핵무기 개발.확장, 성.인종.민족.출신국.지역.장애에 따른 차별, 환경 파괴 등도 두말할 나위가 없는 못된 짓이지만 여전히 세상을 뒤덮고 있다.

제대로 된 '착한 세상'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착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다독거리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에도 더 착하게 살자고 다짐해야 험한 세상에서 희망의 빛을 살릴 수 있다. 비록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 같아도 더 못된 짓이 판을 치던 어제가 오늘 이만큼이라도 바뀐 것에 웃음지으며 내일은 더 잘하자고 해야 한다.

나이가 들은 사람들도 이런 생각은 젊을 때나 하는 거라고 묻어버리지 말자. 젊거나 늙거나 착해서 나쁜 게 뭐가 있나? 못되게 살아야 잘된다는 말은 틀렸다. 착하게 살아서 잘된 사람도 많고, 못되게 살아서 잘 못된 사람도 많다. 잘 된다는 뜻도 서로 다르다.

얼마 전 멀리 사는 아이들이 아빠가 한 곳에서 일한 지 스무 해가 됐다고 초콜릿을 잔뜩 보내왔다. 이 아이들에게 나는 착하게 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려면 나부터 착한 어른이 되야 한다. '참 어른'이 되는 길은 더 착해지는 것이라 다짐한다. 그래야 어른 노릇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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