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 칼럼] 가상화폐는 기존 통화의 대안일까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의 대명사격인 비트코인 투기 광풍이 거세다.

세인의 관심은 이 열풍이 거품이냐, 아니냐에 쏠려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가상화폐를 둘러싼 '신뢰'의 문제가 더 흥미롭다.

세상의 모든 화폐는 신뢰에 기반한다. 화폐가 등장하고 난 이후 사람들은 그 화폐를 어떻게 믿었을까. 화폐 자체를 믿었다. 기원전, 로마에서 유통된 은화나 금화는 주화 그 자체가 일정한 가치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의 신뢰를 배반했다. 국고가 비어가자 은화와 금화 주조시 은, 금의 함량을 낮춘 것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절 은화인 데나리우스는 순도가 100%였다고 한다. 그러나 약 300년 뒤 데나리우스의 은 함량은 4%에 불과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이처럼 각국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고 자의적인 통화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반발해 고안된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 화폐 증발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비트코인은 세계 어느 나라 중앙은행과도 무관하다. 사용자들이 가치를 부여한 화폐다. 바로 이들의 신뢰가 일반인에겐 생소한 비트코인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가상화폐는 장기적으로 중앙은행 발행 통화를 대체할 만큼 믿을 수 있는 것일까.

가상화폐로 거래할 수 있는 곳은 극소수다. 거래소가 해킹 피해를 입어도 문제다. 중앙은행 통화가 아니므로 정부의 지급보증도 없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커져가고 있다. 가상화폐의 생성, 유통 과정 등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가상화폐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쯤 되면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볼 것이란 믿음이 더 커 보인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된 것은 일반인 투자자에겐 비트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된 것으로 비쳐진다. 이미 가진 믿음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 와중에 가상화폐 거래에 관한 각국 정부의 엇갈린 정책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비트코인은 24시간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그 가치도 등락을 거듭한다.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를 대체하려면 그 가치가 일정해야 한다. 수시로 가치가 변하면 거래에 사용되기 어렵다.

비트코인 이후 생겨난 수백 종의 가상화폐도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있다. 보다 안전하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가상화폐가 계속 생겨나면 수시로 통화 체계를 바꿔야 할까.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사기나 가격 급등락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 불신의 산물인 가상화폐에 정부의 규제를 원하는 역설이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미지수지만 가상화폐가 제기하는 '새로운 통화 체계'에 관한 담론 자체는 의미가 있다. 스웨덴, 덴마크에선 신용카드나 모바일 앱 등을 통한 결제 권장을 통해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보다 나은 화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란 점에선 가상화폐를 높이 평가하지만 자리를 잡기 위해선 더 많은 이의 신뢰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미지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완벽한 화폐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점이다. 가상화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사족이지만 가상화폐는 아직 기존 통화의 대안이라기보다는 투자 내지 투기의 대상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가상화폐 자체보다는 투자하면 이익을 볼 것이란 생각을 더 신뢰하는 것 같아서다.


임상환 / OC취재팀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