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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령의 퓨전에세이]인간 미래의 연구과제 Cockroach

이런 기막힌 세상이 올 줄 알았다면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어도 좋았을 걸 그랬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 보니 바퀴벌레 생각이 난다. 바퀴벌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를 예찬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가 이외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인간들은 이제 바퀴벌레가 미워도 빙하기부터 지금까지 시간의 바퀴를 굴리며 종족을 보존해온 생명의 불가사의에 대한 최소한의 경의는 표해야 한다”고 곤충학자들은 말한다.

그들에 의하면 생명력에 대해서 바퀴벌레만큼 위대한 곤충이 없다는 것이다.

바퀴벌레는 양치식물이 처음 싹을 틔울 때도 이미 존재했고 공룡과 같은 시대에 대지를 누비고 다녔으며 빙하기에도 살아남아서 종족을 번식시켰다고 한다.



바퀴벌레는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현재 4천종 정도로 분화되었으며 3억5천만년이라는 엄청난 세월 동안 거의 진화하지 않고 있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이른다.

그만큼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된 곤충이라는 것이다. 바퀴벌레는 못 먹는 것이 없다. 모든 음식찌꺼기를 비롯해서 머리카락, 비듬, 발톱, 굳은 피, 분뇨는 물론 죽은 동료의 몸까지 먹는다. 종이, 가죽, 접착제 페인트, 비누, 전깃줄 같은 유기물질도 먹을 수 있다.

목이 잘린 바퀴벌레는 1주일쯤 산다. 머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먹이를 먹지 못해 죽는 거다. 방어 능력도 뛰어나다. 틈이 1~2mm만 되면 어디든 비집고 숨을 수 있다. 사람 발에 밟혀도 죽지 않고 살아남으며 적에게 잡혀 다리가 끊어지면 탈출 후 다리를 재생시킨다. 살충제에 의해 혼이 난적 있으면 이를 기억했다가 미리 피할 줄도 안다. 곤충을 상대로 한 미로탈출 테스트에서도 가장 높은 실력을 발휘했다.

그런가 하면 홍콩에서는 바퀴벌레 튀김을 길거리에서 팔아 연인들이 잘 사먹고, 유럽에서는 바퀴벌레를 말린 가루로 늑막염치료제로 쓸 뿐 아니라, 대만에선 감기약으로, 일본에서는 생리불순치료제로 씀으로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라고 한다.

3억 년 전 화석에 바퀴벌레가 있어 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고 하니 지구 최고의 원주민임이 분명한데 거만한 인류에게 영토를 빼앗긴 한 많은 이산동물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고 곤충학자 파브르는 말한다.

어쨌든 바퀴벌레는 줄행랑을 치는데도 선수인데 행동으로 옮기는 시간도 고작 0.001초라고 한다. 그러니 사람보다 100배나 빠른 셈이다.

덕분에 곤충학자들은 물론 영양학, 신경생리학, 유전학, 심지어는 암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관심이 총 집중되고 있다. 질병에 강하고 안 먹고도 견디는 강인한 체력에 탁월한 운동신경 때문이다. 그래서 1998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에 탑승하는 영광을 갖기도 했다.

지금쯤 그들이 우주 속 어느 혹성에서 원주민 행세를 하며 대세를 이루고 있는지도 모른다.

몸에 착용하면 근육에서 나오는 신경전자신호를 감지해 큰 힘을 내도록 하는 로봇이 머잖아 나오리라고 한다. 앞으로의 로봇은 약점투성이의 사람 모양을 모방할 게 아니라 바퀴벌레 모양을 빌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버트 폴 교수가 제의했었다.

사람이 바퀴벌레를 완전히 닮는 날이 온다면 이는 인간 최후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 아닐까? 그런 날이 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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