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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우리는 중국을 제대로 아는가

고려 인종 황제 23년(1145년) 당시 재상이었던 김부식은 삼국사기 50권을 완성했다. 여러 반론이 있지만 삼국사기는 잘 만든 역사서다. 하지만 김부식이 살았던 시절은 12세기로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한 지 수백년이 지난 후였다. 그래서 김부식은 모르는 사항이 많았다.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백제의 13대 근초고왕(재위 346년~375년)에 관한 것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근초고왕 재위 2년부터 21년까지 기록이 빠져 있다. 김부식은 고구려의 고국원왕을 죽게한 근초고왕의 재위기간 29년 중 앞의 19년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몰랐던 것같다.

당시 중국은 동진이다. 조조의 아들 조비가 세운 위나라를 무너뜨린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 세운 서진은 나중에 동진으로 물러나고 역사서로 '진서'를 남긴다. 그 진서에 백제가 요서지방에 있었다고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삼국사기를 쓸 당시의 김부식에게는 그런 자료가 없었던 것같다.

학자들은 그 당시 전략적 요충지인 요서지방에 근초고왕이 있었지만 역사서에 흔적이 없었고 김부식은 그래서 몰랐다는 것이다. 이미 고구려와 백제가 멸망한 지 수백년이 지났고 근초고왕이 죽은 지 800년이 지난 시점이기에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인 듯하다.



하지만 김부식도 몰랐던 것을 우리는 인터넷 덕분에 알 수 있다.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그런 자료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역시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다. 최근 '절반의 중국사'라는 번역서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중국 학자가 현재 중국을 이루고 있는 57개 민족 중 한족 외 55개 소수민족의 역사를 왕조 중심으로 썼다. 물론 조선족(한민족)의 나라에 대해서는 단 한줄도 쓰지 않았다.

역자인 김선자 박사는 "현재 중국땅에 존재했던 여러 민족들을 중국사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봤다"면서도 "중국이라는 땅의 모든 왕조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려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역사가 특히 문자를 소유한 강자들의 기록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자가 없는 소수의 역사는 다수에 의해서 왜곡된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김 박사는 모든 민족들은 오래된 문명과 강성했던 과거의 역사를 소망한다고 전한다. 그러나 그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자국의 이익에만 충실한 역사라면 그것은 역사가 아니고 위험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다는 것.

사실 872쪽이나 되는 책을 읽으면서 내내 불편했다. 왜냐하면 김 박사도 지적했지만 중국이 '동북공정'이나 '역사공정'을 진행하는 방식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통일신라 북쪽에 200년 넘게 왕성했던 진국(발해)을 우리민족이 세운 나라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 진국을 여지없이 금나라와 청나라의 조상의 한 갈래가 만든 나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인 가오 홍레이도 찜찜했는지 "발해가 거란에 복속된 후 발해 왕실의 일부 구성원과 많은 거주민이 한반도로 이주해 신라와 고려 주민의 일부가 되었다"고 기술했다. 또 "과거에 발해는 고려를 줄곧 동족이라고 여겨왔고, 고려 역시 난을 피해 오는 발해인을 동족으로 여겨 환영했다"고 썼다.

중국의 인민해방군 몇개 사단이 북한 국경에 주둔하며 북한에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만일의 사태에 진공을 준비한다고 한다. '절반의 중국사'에는 수도 없이 나오는 장면이다. 미국의 중국계 주민들이 중국어는 물론, 중국사까지 열심히 공부한다고 소식을 듣고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필자를 포함해 우리 한인들은 자녀들의 한국사나 한인이민사 공부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장병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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