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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모님 등에 파스 한 장"

오수연 / 문화 담당 차장
오수연 / 문화 담당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17/12/18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7/12/17 17:06

할머니가 고개를 젖히며 깔깔깔 웃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떨구며 조용히 눈물을 훔치시기도 했죠. 지난달 30일 윌셔이벨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장수상회' 객석의 풍경이에요.

국민배우 신구와 손숙 주연의 '장수상회'는 까칠한 노신사 '김성칠'과 소녀 같은 꽃집 여인 '임금님'의 가슴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황혼 로맨스죠. 사랑 앞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소년, 소녀가 되는 연애 초보들의 설렘 가득한 모습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어요. 물론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극에 몰입도를 높이며 관객을 웃기고 울렸죠.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렇게 신나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은 오랜만인 것 같았어요.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던 거죠. 특히 극중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박장대소를 한 부분이 있었어요. 주인공 김성칠이 혼자서 등에 파스를 붙이는 방법을 임금님에게 가르쳐 주는 부분이었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파스를 접착면이 위로 향하게 바닥에 두고 그 위에 몸을 잘 맞춰서 누우면 등에 딱하고 달라붙는다는 거죠. 사실 제가 보기에는 별것 아닌 에피소드였어요. 근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다며 배꼽을 잡고 웃으시는 거에요. 다들 그런 경험이 한 번씩은 있었다는 듯한 분위기였죠. 연극이 아니라 그렇게 신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며 저도 따라 웃었죠.

사실 어찌 보면 '웃픈' 이야기에요. 재밌게 웃어넘겼지만 등에 파스 하나 붙여줄 가족이 옆에 없다는 게 현실이니까요.

연극이 중반을 넘기면서 웃음 가득하던 객석의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았어요. 치매문제를 끄집어내면서죠. 객석 곳곳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어요. 연극이 끝난 후 나가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옆의 친구에게 하는 말이 들리더군요. "우리가 앞으로 그렇게 될 거라고 그렇게 살 거라고 미리 얘기해주는 거야."

치매는 남의 일이 아니죠. 노인들이 겪고 있는 또는 겪어야할 문제고 그리고 늙어가는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걱정이기도 하죠.

인구의 고령화로 치매는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됐어요. 국제알츠하이머협회에 따르면 세계 치매인구는 2015년 기준 5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2030년에는 7469만 명, 2050년에는 1억 3145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니까요. 현재 한국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 주변을 보면 홀로 계신 노인분들이 많아요. 치매 문제로 연로한 부모님을 걱정하는 자식들도 적지 않죠. 저 역시도 예전보다 깜빡깜빡 자주 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걱정이 앞서니까요. 사실 치매문제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문제예요. 자기 스스로 또는 자식들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죠.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만은 아니에요. 관심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죠. 이번 연말, 부모님 등에 시원한 파스 한 장 붙여 드려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연극 때보다 더 크고 행복한 부모님의 웃음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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