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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더 쓸쓸한 독거 노인들…보살펴주는 가족 없이 홀로 투병 생활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7/12/19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7/12/18 18:14

주 1회 방문 교회 관계자가 유일한 벗
의료진 등 헌신에 희망의 끈 놓지 않아

치매로 파라무스의 뉴브리지메디컬센터에 입원 중인 주순씨(왼쪽)가 양유환 필그림교회 장로를 만나고 있다. 양 장로는 주씨를 찾아오는 유일한 사람이다. [네이버플러스 제공]

치매로 파라무스의 뉴브리지메디컬센터에 입원 중인 주순씨(왼쪽)가 양유환 필그림교회 장로를 만나고 있다. 양 장로는 주씨를 찾아오는 유일한 사람이다. [네이버플러스 제공]

뉴저지주 파라무스의 뉴브리지메디컬센터(옛 버겐리저널메디컬센터)에 입원해 있는 77세 주순씨는 가족이 그립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 환자 주씨는 이 병원 외곽에 자리한 특수병동에 입원해 있다. 방문객은 보안 절차를 거쳐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 단절된 곳이다. 지난해 8월 입원한 주씨는 이곳에서도 가장 외로운 환자로 통한다. 그를 찾는 가족조차 없기 때문이다.

독거 노인이자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주씨를 유일하게 찾는 이는 양유환 필그림교회 장로다. 이 교회가 설립한 비영리기관 네이버플러스의 소셜서비스 부서를 맡고 있는 양 장로는 주씨를 매주 방문한다. 화씨 30도를 밑돈 한파가 몰아친 지난 13일 오후 양 장로와 함께 주씨를 만났다.

간호사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주씨가 병원 면회실로 들어서자 양 장로가 밝게 인사하며 딸기맛 요거트를 내민다. 주씨는 작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고 말하며 시선을 요거트에서 떼지 못한다. 거동이 불편한 주씨를 위해 양 장로가 먹을 수 있게 준비해 준다.

주씨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어디 있느냐고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했으나 끝내 기억하지 못했다. 잠시 후 그는 누나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누나 이름은 ‘영심’이라고 했다.

지내기에 어떠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한참을 뜸 들인 후에 “심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건강을 회복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 한참을 생각한 끝에 “하루라도 묵는거다”는 알 수 없는 말만 되뇌었다. 그는 생각하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대수술 끝에 극적으로 암 세포 제거
"건강 되찾으면 나 같은 사람 도울 것"


양 장로는 “주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5년 5월이었다. 당시 주씨는 파킨슨병에 걸린 아내를 도와 달라며 네이버플러스 사무실을 찾았다”며 “처음에는 아내를 도왔는데 결국 숨졌다. 아내 간병을 하던 주씨 역시 건강이 악화됐고 홀로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 장로에 따르면 과거 주씨는 자신을 회계사라고 했다. 포트리에는 아내와 살던 집도 있다. 하지만 주씨는 이제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가족만을 그리워 한다. 하지만 병원 간호사가 보여준 주씨의 방명록에는 지난 1년간 양 장로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주씨가 유일하게 대화를 하는 때는 양 장로와 함께 간식을 먹고 성경을 읽는 순간이다.

주씨처럼 가족 없이 홀로 생활하는 독거 한인이 적지 않다. 혼자 지내기 때문에 건강을 챙기는 것은 더욱 어렵다. 치매나 뇌졸중 등 거동이나 언행이 힘들어지는 질병이 생기면 기본적인 병원 입원조차 어렵다. 양 장로는 “한 달에 3~4건 정도 위독한 독거 한인들을 돌봐달라는 전화를 받곤 한다”고 말했다.

그 수는 적지만 홀로 병마에 시달리는 한인들을 돕는 이들이 있다. 파라무스의 한국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이일매(67)씨는 지난 2015년 3월 대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3년 가까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씨의 기적같은 삶은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살던 이씨는 지난 2010년 일 관계로 홀로 뉴저지로 왔다. 이후 수년을 일한 뒤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려 할 때쯤 암이라는 병마가 찾아왔다. 이씨의 남편은 오래 전 세상을 떠났고, 외아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어 이씨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장암으로 고통받던 이씨는 뉴저지주 홀리네임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 코리안메디컬프로그램(KMP)은 수술조차 어려웠던 이씨의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또 막막한 처지의 이씨를 도와달라며 네이버플러스의 양 장로에게 연락했다. 이후부터 양 장로는 매주 이씨를 찾아가 건강 상태를 살피고 말벗이 돼 주고 있다. 또 보험이 없었던 이씨가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수혜를 받을 수 있게 도왔다.

당초 우려와 달리 항암치료는 효과를 발휘해 이씨는 2년 넘게 삶을 지속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자라난 암이 내장을 찔러 출혈이 일어난 것.

이 때 이씨를 포기하지 않은 이가 양희곤 홀리네임병원 KMP 메디컬 디렉터다. 암이 내장은 물론, 간과 뼈 등에도 전이돼 수술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양 디렉터는 “환자가 좀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며 수술을 결정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뼈에 전이된 암은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암 세포를 이씨의 몸에서 떼어냈다.

수술 후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한 이씨는 걱정보다는 희망이 더 크다. 이씨는 “양로원에서 홀로 투병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 옆에서 찌개라도 떠먹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하지만 병과 싸우며 갖게 된 신앙이 내게 큰 격려가 된다. 주변에도 도움도 많이 받았고, 이제는 나 같은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일매씨(오른쪽)가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뉴저지주 파라무스의 한국요양원에서 양유환 필그림교회 장로와 대화하고 있다.

이일매씨(오른쪽)가 자신이 생활하고 있는 뉴저지주 파라무스의 한국요양원에서 양유환 필그림교회 장로와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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