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65.0°

2020.07.14(Tue)

[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기억(記憶) -임창현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7/12/21 07:02

못내 그리웠던 안부,
박남수 선생 만났네.
고목(古木) 허리, 사슴 다리
꿈에도 깨끗이 늙고 있었네.
살아서도 키 컸던 시인, 큰
나무 곁에 나무 되어 서 있었네.
머리는 사슴의 관(冠) 되었네.
깊은 그의 눈 속 새들 집 짓고
당뇨를 누르는 데는 두부가 좋다는데
식당 아저씨 또 달게 해
갈비탕 국물만 마시고 나왔네.
공항 출구에서 사라지는 모습,
다시 돌아보는 사슴의 다리,
마른 등 휑한 눈,
나도 사슴 되고 있었네.


내일 모레 저럴까 나도
이슬 맺혀오는 선생님의 눈,
나도 그렇게 거기 함께 오래 서 있었네.


우리들은 꿈에서도 생시처럼
이별을 했네.

꿈이었다. 꿈을 꾼 것이다. 소망도 증오도 슬픔도 기쁨도 더러는 꿈으로 오고 간다. 레이건 내셔널 에어포트의 출구를 빠져나가던 스승의 모습을 만난 것이다. 생시에도 나무처럼 키 크셨던 그가 꿈에도 키 큰 나무 곁에 서 계셨다. 몇 년쯤은 더 가까이 뫼시다 헤어지고 싶었는데 그리 못해 화자는 꿈속에도 더러 만나게 되나보다. 꿈 속 시집의 소로(小路)를 걷던 사슴의 관 같은 머리와 새 같은 다리, 깊이 팬 눈 속, 새들이 울고 있었다.

선생님은 새의 시인이었다. 화자의 시 새에도 한줄 더 보태주셨다. 진한 기억, 그 고마움 다시 환생한 것일까. 생전에 실제 있었던 사실이 필름처럼 재생되어지는 꿈, 꿈은 인간의 블랙박스다. 살아 꿈꿀 수 있는 동안 꺼내볼 수 있는. 미련 때문이리라. 시인도 거기 오래 서 있었다. 꿈속에도. 워싱턴에서 가시던 그날 공항 출구에서의 어쩐지 마지막일 것만 같은 헤설프던 모습, 아직도 화자에게 아리게 남아있음에랴.

선생님 그립다. 참 깨끗한 시인이셨다. 더 자주, 더 잘 해드리지 못했던 것 못내 마음 아프다. 자살한 헤밍웨이보다 객사한 에드가 알란포우 보다 더 외로운 삶 살다 가셨다. 상배한 자신도 혼자, 아들도, 출가했던 딸도 혼자 돌아와 모두 혼자들이 되었던 가족, 그렇게 살았던 시인의 집, 한 후학의 설운 기억모퉁이에 남기기에는 너무 아쉬운 미련 남는 시인이다.

관련기사 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김준서 이민법 변호사

김준서 이민법 변호사

황세희 박사

황세희 박사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