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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첫눈의 추억

온 가족이 즐거운 한국여행을 했다. 큰딸, 작은딸, 아들네까지 네 가족이 한 숙소에 모여 바글거리며 보름 동안을 함께 오붓하게 지냈다. 이튿날 첫눈이 내렸다. 첫눈이 필름을 60년이나 되돌려 지난 영상을 하나하나 비춰준다.

1.4 중공군 침범 때,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건너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이레 만에 충청도 문의까지 피란간 일이 떠오른다. 엄마와 단 둘이었다. 전방부대에서 근무할 때에는 허리를 넘는 눈이 억세게도 많이 왔다. 보급수령 트럭이 화천 저수지 아래로 두 번이나 미끄러지기도 했다. 한강 얼음판에 앉은 눈을 자기들이 쓸었다고 밥값을 내놓으라는 흑석동 왈패들과 싸우다가 스케이트를 못 타고 돌아온 일도 생각난다.

첫눈을 맞으면 왠지 그냥 집으로 가기가 억울해 포장마차를 몇 군데 순례하다가 감기에 걸리기도 했다. 첫눈에 첫사랑이면 안성맞춤일 텐데 그 기억은 감감하다. 필리핀, 적도 근처의 눈 없는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참으로 어색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LA로 돌아오던 날 5번 고갯길에서 첫눈을 만나 진땀을 흘리면서 어렵게 집까지 온 일도 있다.

보름 동안의 서울여행은 즐거운 여정이었다. 친척들을 거의 만날 수 있었고 친구들도 모두 만났다. 북한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다.



독일은 총질은 없었기에 보다 쉽게 통일이 되었을 텐데, 우리 남과 북은 서로가 피를 많이 보아 그 앙금이 너무 굳어져 있나, 그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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