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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쓰는 짧은 편지] 6번 교향곡보다 먼저 작곡한 7번 ‘밤의 노래’

말러 교향곡 일곱 번째 이야기

구스타프 말러의 10개의 교향곡 중 7번은 1904년에서 1905년 사이 작곡되었다. ‘밤의 노래(Song of the Night)’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전 악장에 걸친 제목이라기보다 2악장과 4악장의 제목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하지만 곡 전체에 걸친 전반적인 분위기가 ‘밤’의 분위기를 연상하게 한다.

조성은 마단조라고 하기도 하지만, 말러의 앞선 교향곡 중 몇 곡도 그러하듯이 7번 교향곡 또한 조성의 틀이 모호하다. 나단조로 시작하여 마단조로 1악장이 진행되지만, 마지막 악장인 5악장은 다장조로 끝난다. 곡의 시작과 끝이 다른 조성으로 끝나는 음악적 기법을 프로그레시브 토널리티(Progressive Tonality)라고 하는데, 말러 이전에 베토벤 역시 그의 교향곡 5번에서 이러한 기법을 사용하였다.

교향곡 7번이 작곡되던 1904년은 말러가 지휘자로서, 작곡가로서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시기였다. 그는 ‘밤의 노래’ 악장인 2, 4악장을 먼저 작곡하였는데, 동시에 교향곡 6번도 함께 작곡 중이었다. 뒤이어 1905년 1, 3, 5악장을 작곡하였으나 교향곡 7번이 완성되었을 당시 아직 교향곡 6번 초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말러는 교향곡 7번의 연주를 조금 더 미뤄 1908년이 되어서야 대중에게 자신의 일곱 번째 교향곡을 들려줄 수 있었다. 초연은 프라하에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루어졌다. 첫 반응은 좋지 않았다. “외형은 그럴듯한 효과들로 만들었지만 속으로 들어가면 궁핍한 음악”이라는 악평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1909년 빈에서 열린 초연은 오스트리아 작곡가인 쇤베르크를 감동하게 했고, 쇤베르크는 이 작품에 얼마나 감동하였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 말러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곡을 감상하다 보면 상당히 낭만적이라고 느껴진다. ‘밤’의 분위기 자체가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관현악기의 다채로운 음색이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도와준다. 말러는 각 악기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 다양한 색채와 음색을 내려고 노력하였다. 20세기가 시작하는 무렵, 이미 낭만주의 음악은 19세기에 유행하던 음악으로 취급되었고, 점차 무조음악이 등장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말러의 교향곡 7번이 낭만주의 음악에 상당히 가깝다는 것은 말러 자신도 인정하였을 것이다.



총 5악장으로 구성된 곡은 연주시간 80분 정도. 1, 3, 5악장은 빠른 템포, ‘밤의 노래’인 2, 4악장은 느린 템포로 구성된 아치형 악장 구조다.

소나타 형식(제시부, 발전부, 그리고 재현부)인 1악장은 테너 호른의 느리고 어두운 멜로디로 곡의 문을 열고, 같은 멜로디를 트럼펫과 클라리넷이 이어 연주한다. 인트로가 끝나면 본격적인 제1 주제가 다단조 안에서 호른에 의해 연주된다. 제2 주제는 제1 주제와는 대조적으로 현악기인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리드하고 첼로가 반주역할을 한다.

‘밤의 노래 1(Nachtmusik 1)’인 2악장 역시 호른으로 시작한다. 2악장은 밤에 거니는 모습을 나타내었는데, 말러는 2악장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에 렘브란트의 그림 ‘야경’을 언급하였다. 하지만 이 비유는 단지 2악장의 이해를 도우려고 사용한 것이지, 말러가 2악장을 통해 야경을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스케르쵸, 그림자처럼으로 표기되어있는 3악장은 말 그대로 깊은 밤 자신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음산하고 사악한 악몽 같은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이다. 스케르쵸는 본디 익살스럽게 연주하라는 ‘Joke’의 의미가 있지만, 3악장은 으스스하고 음침하다.

4악장은 ‘밤의 노래 2(Nachtmusik 2)’로서 2악장보다 더 부드럽고 인간적이며 세레나데에 가까운 음악이다. 전반적으로 사랑의 빛이 묻어있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위해 무겁고 강한 소리를 내는 금관악기들은 제외했다. 주로 바이올린과 목관악기 솔로가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이끌어나간다.

마지막 5악장은 힘찬 팀파니 소리와 함께 화려한 금관악기 연주로 시작한다. 밤의 어두운 기운이 지나가고 아침 해가 밝게 뜨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분위기나 작품성으로만 보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조용한 분위기의 4악장과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의 5악장은 연결성이 비논리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평가들의 의견이 있다.

말러는 자신의 작품에 표제를 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표제를 붙였다가 후에 삭제한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교향곡 7번만큼은 ‘밤의 노래’라는 부제를 붙였다. 말러가 그의 일곱 번째 교향곡에서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말러의 교향곡 7번을 통해 그가 들려주고자 했던 밤의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리듯 상상하면서 감상한다면 더욱 흥미로운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효주/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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