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김령의 퓨전에세이] 야만과 문명의 공존

2주째 캘리포니아가 산불로 타고 있다. “매 3개월마다 한반도의 절반가량이 사막화되고 있습니다. 남극의 빙산이 녹아 수위가 높아지며 우리들의 생활터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마지막 원시림 아마존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TV를 켜보면 본 프로가 시작되기 전에 더럭 겁이 나게 하는 이런 나레이션이 나오던 때가 있었다. 마치 처절한 한편의 서사시처럼.

캐나다 빅토리아 평원도 300년 후면 얼음이 다 녹아 지구위에서 빙원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 한다. 시베리아의 광대한 영구 동토도 녹을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영국과 러시아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평균기온 섭씨 1.5도가 올라가면 시베리아가 녹아 생긴 이산화탄소가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대량 배출할 것이라 한다.

2005년 런던, 상해, 이스탄불 등 세계 66개 대도시 사람들이 모인 세계환경의 날 회의에서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스왈즈네거가 미국에서 인구밀도가 제일 높은 캘리포니아이지만 온실가스를 5년 안에 2000년 수준으로 낮추고 2050년까지는 1990년보다 80%를 낮추리라고 했다.

그 후 미국은 풍력태양광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였다. 반면 중국, 인도 등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에스키모의 후손 리파 파트시우락이라는 남자가 30년에 걸친 도시생활을 청산, 가족들과 함께 북극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에게 얼음캠프적응훈련을 시켰다. 1년 후 가족회의를 열었을 때 모두 북극으로 이주하는데 찬성이었다. “인간은 지연으로부터 배우는 게 더 많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지난 여름 어느 날 쌍무지개를 보았다. 어릴 때 ‘학원’지에서 읽었던 ‘쌍무지개 뜨는 언덕’이란 글이 떠올랐다. 그러나 쌍무지개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맥도날드 마크처럼 보이는 쌍무지개는 꼭 나를 위해 뜬 것 같았다. 이제 서울에선 무지개를 볼 수 없다고 한다. 1995년 10월5일 오후 3시55분부터 8분 동안 뜬 무지개가 마지막이라는 것이다. 대기 중에 물방울이 태양광선을 받아 굴절되는 현상이 무지개인데 대기가 혼탁해서 더는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지독한 스모그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를 생각하면 여기 앉아서도 괜히 기침이 나올 것 같다.

사라져가는 것, 죽어가는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닌 이 시대의 불행은 지구 전체가 이렇게 앓고 있는 것 아닐까. 고비사막 한 가운데 기적처럼 놓여있는 ‘초승달 호수’도 말라가고 있단다. 사해가 정말 사해가 되는 것을 막으려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요르단이 공동으로 운하를 만들고 홍해의 물을 끌어와 고갈을 막으려고 하지만 그 효과는 고작 20~30년이라 한다.

움베르토 에코가 쓴 ‘2090년의 오래된 비망록’이란 글을 보면 한마디로 절망스럽다. “매달 호흡기에 쓰는 공기에 대한 뇌물상납금을 내야 한다”는 구절이 있으니 말이다. 세상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 문명이라는 흉악범이 한 생물을 멸종시키는 연쇄파괴 끝에 에코의 예상처럼 된다면 파트시우락처럼 문명의 반대 길로 가는 게 낫겠다. 범죄소굴이 된 문명도시, 인심은 석기시대보다 더 야만인 오늘, 우리는 이제 ‘문명과 야만’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곳 아닐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