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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역경, 그 '위장된 축복'

박재욱 법사/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LA중앙일보] 발행 2017/12/26 미주판 24면 기사입력 2017/12/25 16:30

황금빛 견공에게 쫓겨 지붕 위로 달아난, 붉은 수탉의 꼬리긴 울음소리가 사위는 노을 속으로 스며든다.

이 해도 바싹 저물었다. 다들 찌그러지고 깨지며 잘도 버텨왔다. 상 받아 마땅한 '당신'이다.

어느 시인은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느냐'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느냐'고,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다'고,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다'고.

또 어느 시인은 '대추가 저절로 붉어 질리는 없다'고,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들어 있어 붉어진 것이라고, 곤고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에게 심심한 위무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아무튼, 해 뜨면 지는 줄 알고 해지면 뜨는 줄 알지만, 공연히 흐르는 세월에 금 그어 놓고 묵은해다 새해다 말한 것은, 하 수상한 세월을 건너는 중생에게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으라는 배려일 터이다.

심신이 가물어 팍팍한 이즈음, 제값을 하게 된 시의적절한 용어가 '역경지수(Adversity Quotient)'이다.

역경지수는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폴 스톨츠(미국)가 그의 저서 '역경지수, 장애물을 기회로 전환 시켜라'에서 발표한 개념이다.

그는, 역경지수란 자신과 남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그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과, 강인한 의지로 목표를 성취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나아가 역경지수를 난관에 대응하는 등반가의 세 가지 유형을 비유로 들어 설명했다.

첫 번째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쉽게 포기하고 내려와 버리는 '퀴터(quitter)'형, 다음은 난관을 극복하려는 노력보다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안주하려는 '캠퍼(camper)'형, 끝으로 난관을 극복하여 정상을 정복하려는 '클라이머(climber)'형이다. 물론 클라이머가 가장 높은 역경지수를 지닌 유형이다.

그는 역경지수가 높은 사람이 'IQ(지능지수)'나 'EQ(감성지수)'가 높은 사람보다 성공확률이 높다고도 했다. 찰스 다윈도 저서 '종의 기원'에서 "살아남는 종은 강인한 종도, 지적능력이 뛰어난 종도 아니다. 역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 밝힌 바 있다.

역경지수의 동력과 증대가 절실한 시절이다. 역경의 이면에는 난관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사람을 연마시키고 겸허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다.

절집에서도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교만해 지나니, 근심과 곤란으로 세상을 살아가라'고 했다. 역설적 주문이다. 따라서 역경은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기회라 할 수 있어, 역경을 '위장된 축복'이라 부르는 까닭이다.

우리는 살아 있어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 생명(生命)이란 살아가라는 우주의 지엄한 명령인즉, 살아야할 산자여! 이 해의 끝자락을 밟고 한바탕 웃자. 객진번뇌 오롯이 털고 나면 더 크게 웃으리니.

"휘영청 달이 밝아 강산은 고요한데/ 터지는 한 웃음소리에 천지가 요동치네."(선가귀감 중에서)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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